신한·우리금융號 새 선장 탑승 완료… ‘고졸신화’ 진옥동 vs ‘정통관료’ 임종룡

진상훈 기자 2023. 3.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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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상고 졸업 후 은행서 40년 외길
‘행시 출신’ 임종룡, 정부 요직 거쳐
영업 잘 하는 진옥동, 정부 압박이 고민
힘 있는 임종룡, 관치 논란 꼬리표 떼야
진옥동 신한금융 신임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신임 회장이 각각 23일과 24일 취임했다. /조선비즈DB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추대했다. 출신부터 경력, 회장 선임 과정까지 여러 면에서 사뭇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신임 회장이 각자 어떤 방식의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3일 서울시 중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진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진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지난 24일에는 우리금융지주가 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진 회장은 말단 행원에서 시작해 신한에서만 30년 이상을 근무하며 정상까지 올랐고, 임 회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여러 정부 고위직을 거친 뒤 민간 금융사로 왔다. 회장 내정 이후에도 진 회장은 비교적 조용히 취임을 준비한 반면 임 회장은 조직 개편과 임원 선임을 진두지휘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 서로 엇갈린 길 걸어온 두 회장

진 회장은 1961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고, 1959년생인 임 회장은 전남 고흥이 고향이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상경해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이후에는 서로 엇갈린 길을 걸었다.

진 회장은 덕수상고 3학년 시절인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일찌감치 금융업계에 발을 들였다. 말단 은행원으로 일하며 실무를 배운 그는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37년간 근무해 왔다. 은행을 다니면서 방송통신대 수강을 통해 경영학을 공부했고, 1996년에는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임 회장은 서울 영동고를 졸업한 후 연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1년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근무를 시작했다. 재경직 공무원으로 여러 요직을 거친 그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하며 엘리트 관료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금융업계에서는 진 회장의 경우 말단 행원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 정상까지 등정한 ‘보텀업(bottom-up·상향식)’ 과정을 거쳤다면, 임 회장은 고위 경제관료에서 민간 금융사로 내려온 ‘톱다운(top-down·하향식)’ CEO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진옥동, 임종룡 회장의 출신과 학력, 이력/신한금융, 우리금융 제공

◇ 진옥동, 신한 해외사업 황금기 열어 vs 임종룡, 경제·금융 정책 진두지휘

진 회장이 평범한 은행원으로 시작해 그룹 회장까지 오른 데는 영업에서 걸출한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그는 과거 국내 은행이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던 해외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서 그룹 내부와 주주들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 오사카지점 재직 시절 일본 법인인 SBJ은행의 출범을 주도했고, 설립 이후에는 SBJ은행 부사장과 법인장을 지냈다. 그가 지난해 말 신한은행장에서 그룹 회장으로 순탄하게 올라간 데는 10년간 일본에서 일하며 교분을 쌓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강력한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신한은행장 시절에도 해외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개 해외법인에서 전년 대비 66.2% 급증한 426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베트남에서 전년보다 53.1% 늘어난 1978억원을 벌었고, 진 회장이 일으킨 일본 SBJ은행에서도 1167억원의 순익을 냈다.

임 회장은 정부 고위직을 두루 거치며 국내 주요 금융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왔다. 그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과 금융정책심의관,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공직에서도 주로 금융 분야에서 이력을 쌓았다. 여기에 금융위원장을 맡기 전에는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일하며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진행된 판반찌 지점 개점식에서 신한은행 전필환 디지털그룹장(왼쪽 세번째)이 베트남중앙은행 응웬티투하 은행감독부 과장(왼쪽 네번째), 호치민 총영사관 김원태 영사(왼쪽 두번째), KOTRA 호치민무역관 김관묵 관장(오른쪽 끝)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 라임 사태 발목 잡힌 진옥동 vs 관치 논란 숙제 풀어야 할 임종룡

서로 걸어온 길이 다른 만큼 두 사람은 각자 약점 차이도 뚜렷한 편이다.

신한금융 주총 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진 회장의 선임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그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을 막지 못했고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꼬집었다. 전임 조용병 회장 시절 신한금융이 라인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로 사법 당국의 처벌을 받는 데 대해 은행장으로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진 회장 역시 라임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 조치인 ‘주의적 경고’를 받기도 했다.

최근 은행권을 향한 금융 당국의 거세지는 압박에 대응해야 하는 점도 숙제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임 회장과 달리 말단 행원으로 시작해 민간 은행에서만 경력을 쌓은 진 회장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축소와 금리 인하, 성과급 축소 등 정부와 당국의 요구에 대처해 신한금융의 입장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국내 신용평가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갖기 전 민간 신용평가사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비즈DB

임 회장은 반대로 낙하산 선임과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선임 과정에서 과거 금융위원장 시절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묵인 논란과 한진해운의 파산을 방치했다는 비판 등이 빗발쳐 곤욕을 치렀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그의 선임에 노조가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주총 전인 지난 7일 일찌감치 임 회장의 뜻에 따라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9개로 재편된 부문장 중 세 자리는 임 회장과 같은 연세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공석인 브랜드부문장 자리는 은행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언론인 A씨가 내정됐는데, 그도 역시 연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융 업계와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외부 출신인 임 회장이 취임 전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본인의 사람으로 요직을 채우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 3위 금융그룹 탈환 등 숙원 과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임 회장의 ‘자기 사람 챙기기’가 내부에서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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