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추진에 주판알 튕기는 저축은행

김수정 기자 2023. 3.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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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 5000만원에서 1억원 상향 제안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반사이익 기대감
중소 저축은행은 예보료율 상승 부담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한국도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높은 금리를 바탕으로 예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예금보호료율(예보료율) 상승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 공존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호공사는 예금자보호한도, 예금보험료율 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는 예금자 보호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분기마다 TF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를 포함해 예금보호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오는 8월 말 내놓을 예정이다.

예금보험제도란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를 대신해 보호 한도 내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현재 1인당 예금자보호한도 금액은 보호금융상품의 원금과 이자를 합한 5000만원까지다.

정치권에서 예금보호제도를 개선하려는 데는 한국의 예금자보호한도가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2년째 동결돼 있다.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2700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35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1억원)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5736달러에서 지난해 3만5003달러로 두 배 정도 증가했음에도 예금자보호한도는 5000만원에 머물러 있다. 또 최근 미국 SVB 사태 등 은행의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로 국내 금융사를 이용하는 고객의 불안이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함께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SVB 사태로 미국 정부는 보호 한도와 상관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주기로 했다”며 “한국 역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예금이 몰리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보장 범위가 높아질수록 자금 확보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학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예금 수취라는 비슷한 기능을 갖는데 저축은행 예금자는 은행보다 보호 한도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실제 부보예금(예금보호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중 4000만~5000만원 구간 예금 비중은 저축은행이 48.3%에 달했지만, 은행은 2.86%에 그쳤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 소비자들이 저축은행의 예금자보호한도에 대해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그런 불안이 잠재워지고, 고액 자산가의 경우 여러 곳에 분산해둔 예금을 한곳에 넣어 충성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한도 상승에 따른 예보료율 인상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료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기금 조성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료율도 인상된다. 특히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예보료율이 높아 부담이 크다. 현재 금융기관의 표준 보험료율은 예금액 대비 은행이 0.08%, 증권사·보험사가 0.15%, 저축은행은 0.4%로, 저축은행 예보료율은 은행의 5배 수준이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는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져도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고객군이 몰리지 않아 예보료율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전체 자금 중 80%가 상위 10개사에 몰려있다. 이 상황에서 예보료율이 인상되면 사업비가 증가하는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내에서 자금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예보료율은 업권별로만 차등을 두었다”라며 “이 상황에서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지면 중소 저축은행은 오히려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비용 부담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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