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철의 행동경제학]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여론독자부 2023. 3.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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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다.

이런 위대한 나라의 국민들은 행복할까.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패, 무관용, 취약한 사회적 지원, 낮은 자율성 등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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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철 한국제도경제학회 행동경제학 특별위원장
[서울경제]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가 훨씬 넘는다. 최근 한국은행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떠오르는 문화 대국이다. 비틀즈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K팝 그룹 BTS를 배출했다.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과 에미상 6개 부문을 휩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든 나라다. 이런 위대한 나라의 국민들은 행복할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은 지난달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유엔 SDSN(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이 매년 펴내는 ‘세계행복리포트(World Happiness Report)2022’의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를 다뤘다. 우리나라는 5.94점을 획득해 총 146개국 중 59위를 했다. 1위는 핀란드(7.82점)다. 최상위권은 대부분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차지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훨씬 더 불행하다. 전체 38개 회원국들 중 36위다. 처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패, 무관용, 취약한 사회적 지원, 낮은 자율성 등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양극화, 정치적 갈등, 취업난, 불안한 노후, 높은 집값 등도 불행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준거점 효과라는 심리적 현상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어떤 판단이나 선택을 할 때 자신이 기준으로 정해놓은 준거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준거점 현상이라고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따르면 우리가 밝기·소음·온도 등에 반응할 때는 준거점이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온도라도 각자의 준거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뜨겁게, 어떤 사람은 차갑게 느낀다.

돈이 주는 효용에서도 준거점 효과가 나타난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똑같이 1000만 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지난 1년 동안 A의 금융자산은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감소했고 B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누가 더 행복할까. 주류경제학에서는 1000만 원이 두 사람에게 주는 효용이 같으므로 행복감에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금융자산이 A는 준거점보다 줄었고 B는 늘었기 때문에 B가 더 행복할 것이다.

행복은 우리가 설정한 준거점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우리는 준거점을 넘겨 행복해지면 거기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다음번 준거점을 더 높게 설정한다. 우리가 계속해서 행복의 준거점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더라도 인생에서 행복해지기가 어려운 이유다. 행복의 절대적인 준거점은 없다. 사람마다 행복의 준거점이 다를 뿐이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가장 먼저 각자의 준거점부터 조정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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