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 용사 55명’ 호명하던 尹…26초간 울먹거리며 말 잇지 못해
김건희 여사, 윤청자 여사 손잡고 위로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 꿈이었던 영원한 ‘바다 사나이’ 55분 영웅의 이름을 불러보겠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사진 맨 오른쪽)은 24일 오전 국립 대전 현충원에서 거행된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운을 뗀 뒤 '서해수호 용사 55명'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이른바 '롤콜'(Roll Call·이름 부르기) 방식의 추모다.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55명 용사를 일일이 호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것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한 뒤 고(故) 윤영하 소령을 시작으로 한상국 상사, 조천형 상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등 55명의 이름을 5분여간 차례로 불렀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전사자들의 이름이었다.
윤 대통령은 호명 시작 전 26초간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호명 도중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윤 대통령은 "서해를 지키는 임무와 사명을 완수한 용사들. 대한민국은 55분의 용사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며 호명을 끝냈다.
이후 기념사에서는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이 총 6차례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서해를 수호한 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북방한계선(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천안함 피격 또한 북한의 무력 도발로 발생했음을 분명히 하는 맥락이라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2021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용사들을 기리면서도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명시적으로 쓰지 않았던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기념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남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도 2020년 기념식 당시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며 던진 기습 질문에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날 기념식 무대 우측에는 윤 여사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3·26 기관총', ‘참수리 357호’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항해기와 부대기 및 함정 명패,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의 방사포탄 파편을 맞은 중화기 중대 명판과 불탄 철모, 모형 함정 등이 전시됐다.
윤 대통령은 중화기 중대 명판을 만져보며 "나무인가"라고 묻자,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맞습니다"고 답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도 참석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김병주 의원(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 등 정치권 인사와 군 지도부, 유족, 대통령실 참모 등 1천200여명이 자리했다.
55명의 유가족 대표와 참전 장병의 좌석을 주요 인사석으로 배치하고, 윤 대통령의 헌화·분향 시에도 이들이 배석했다고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념식에 앞서 김 여사와 함께 '서해수호 용사'들이 안치된 국립 대전 현충원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윤 여사를 보자 두손을 잡고 악수했다. 이어 천안함 생존 장병인 전준영씨에게 "잘 있었어요"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전씨와 군대 동기였던 박정훈 병장 등 묘비에 적힌 생년월일을 살펴보면서 "전부 19살, 20살, 여기도 21살"이라며 탄식했다.
현충원장은 "제대 한달 남겨두고 사고를 당했는데요. 여기 네 명이 동기입니다"라며 "준영이 하고 같은 동기"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아, 준영이 친구들이구나"라고 했고, 김 여사도 "다 같은 또래네요"라고 함께 탄식했다.
천안함 전사자인 정종율 하사 묘소에서는 그의 아들 정주한군을 만났다. 2021년 정 상사 부인도 암 투병 끝에 별세하면서 고교생 아들은 홀로 남게 됐다.
김 여사는 "얼마나 힘들어"라며 어깨를 토닥였고, 윤 대통령은 "그때(모친 별세 당시) 인천 장례식장에 갔었는데…"라고 회고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산화해 시신을 못 찾은 장진선 중사의 묘소 앞에서는 현충원 관계자가 "어머님이 시신을 못 찾고 사시다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아이들을 보내고 부모님이 어떻게 잠을 제대로 주무셨겠어요"라고 했다.
동행하던 윤 여사는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죠"라고 했고, 김 여사는 윤 여사의 손을 잡고 묘역 밖으로 이동했다.
이날 참배에는 조천형 상사(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모친인 임헌순씨, 서정우 하사(연평도 포격전) 모친 김오복씨, 한주호 준위 배우자 김말순씨,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도 함께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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