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좋다'가 절로…창극으로 재탄생한 '정년이'

조재현 기자 2023. 3.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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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여. 소리 하나 믿고 여까지 왔어. 소리 하나 믿고 집 나왔고, 소리 하나 믿고 국극단 들어왔어."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국극(國劇)을 소재로 한 웹툰 '정년이'가 창극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당대 최고의 소리꾼을 꿈꾸는 목포 소녀 윤정년이 서울에 올라와 매란국극단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여성의 연대·성장 서사가 부각되며 2030 여성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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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女소리꾼들의 연대·성장…탄탄한 소리·연기로 그려내
웹툰 특징 반영한 빠른 전개와 작창, 무대장치 등 돋보여
창극 '정년이' 공연 장면. (국립창극단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나 말여. 소리 하나 믿고 여까지 왔어. 소리 하나 믿고 집 나왔고, 소리 하나 믿고 국극단 들어왔어."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국극(國劇)을 소재로 한 웹툰 '정년이'가 창극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당대 최고의 소리꾼을 꿈꾸는 목포 소녀 윤정년이 서울에 올라와 매란국극단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여성의 연대·성장 서사가 부각되며 2030 여성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극 중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 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모습은 지난 10여 년간 그리스 비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소재를 창극화하며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이어온 국립창극단의 행보와도 연결된다.

창극 '정년이' 공연 장면. (국립창극단 제공)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빠른 전개는 물론 유머 코드가 작품 곳곳에 배치됐다. 여기에 국립창극단원들의 탄탄한 소리 실력과 맛깔스러운 연기는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진도와 목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조유아는 능숙한 전라도 사투리로 당차면서도 유쾌한 윤정년을 선보인다. 함께 캐스팅된 이소연도 맑고 힘 있는 소리를 바탕으로 정년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매란국극단이 극중극 형태로 '춘향전' '쌍탑전설' '자명고' 등의 작품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선 소리꾼들의 희로애락도 엿볼 수 있다.

특히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다룬 '자명고'는 낙랑공주가 사랑을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북을 찢는 원작과 달리 끝까지 자명고를 지키다 목숨을 잃게 되는 결말로 바꾸는 등 오늘날의 감각을 더한 것도 특징이다.

극 중 윤정년에게 가요 부르는 법을 가르치는 남성 캐릭터가 '여가수라면 순수하고, 요염하게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는 장면 등을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꼬집기도 한다.

창극 '정년이' 공연 장면. (국립창극단 제공)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은 이자람은 국악기 외에도 신민요 풍의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윤정년이 가수를 그만두고 다시 국극단으로 돌아왔을 땐 '티브이 나갔던 정년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며 각설이 타령을 가져와 웃음을 끌어낸다.

매란국극단, 명동 뒷골목, 다방, 방송국 등 공간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무대 장치와 극중극 속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는 풍부하다. 137회로 구성된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가량으로 압축하다 보니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다소 매끄럽게 전개되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소리에 '얼씨구' '좋다' 등의 추임새로 화답하는 관객들이 있어 공연을 보는 내내 흥이 오른다. '정년이'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달 29일까지 공연한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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