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질환’ 4가지

임태균 2023. 3. 25.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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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피부염은 반복적인 피부병변으로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따뜻한 봄과 함께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 찾아왔다. 바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로, 크기에 따라 직경 10㎛ 이하 (10㎛은 0.001㎝)인 것을 미세먼지(PM10)라고 하며 직경 2.5㎛ 이하인 것을 초미세먼지 (PM2.5)라고 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속까지 들어오고 바로 혈관에 침투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질환은 어떤 게 있을까.

호흡기 질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기침‧재채기‧콧물‧가래 같은 호흡기의 자극 증상이 증가하고 바이러스와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 증가한다. 이러한 호흡기 질환은 걸린 부위에 따라 각각 다른 병명을 붙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면 코나 입을 통해서 들어온 공기가 폐로 가는데, 이 과정에서  ‘인두’와 ‘후두’를 지나 폐로 향하는 엄지손가락 굵기의 관인 ‘기관’과 양쪽 폐로 갈라져서 폐의 입구까지 이르는 ‘기관지’를 지나게 된다.

이러한 부위에 따라 기관이나 기관지에 염증이 생긴 경우는 기관지염이라 하고 후두에 염증이 생긴 경우는 후두염,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을 폐렴이라 부른다.

이미지투제이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폐기능이 감소하고 천식과 만성 폐쇄 폐질환의 발생과 악화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천식 환자에게서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병원 입원율이 18%씩 증가했으며, 황사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에서의 비염 발생률이 증가했다.

폐암

미세먼지는 호흡기뿐만 아니라 혈관을 타고 심장‧뇌‧간‧콩팥 등 장기로 이동해 염증을 유발하고 치매, 심혈관질환 등 질병을 일으키는데 그 중 가장 문제는 바로 '암'이다.

이는 미세먼지에 포함된 독성물질이 세포와 접촉해 직접 DNA를 파괴하고 이상세포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 최근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도 미세먼지가 꼽힌다.

특히 2022년에 열린 유럽종양학회에서 영국의 유전체 연구단은 미세먼지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변이를 유발해 암을 생성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비소세포폐암의 한 종류인 선암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원인으로 특히 아시아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아토피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가려움증이 심한 습진 병변이 피부에 생기는 것이 주된 증상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소아기에 발병한 아토피피부염의 약 30~40%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자체가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키는 항원(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일 뿐만 아니라 입자가 피부 속으로 직접 침투할 정도로 작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수영 순천향대학교 의대 피부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월별 병의원 방문횟수가 각각 2.71%, 2.01%씩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김수영 교수는 "피부는 인체에서 대기 오염 물질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와 아토피피부염의 연관성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미세먼지가 아토피피부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아토피피부염은 심한 가려움증이 특징이다.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아토피피부염은 질환을 넘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친다. 증상이 심한 중등증 이상 환자의 경우 가려움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수면 장애가 흔하고, 이는 성장 발달과 학업 수행에 지장을 미친다.

얼굴‧손‧발 등에 나타나는 피부 병변 역시 사춘기 자존감과 대외 관계 등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의 질까지 크게 떨어뜨리고, 방치할 경우 성인기에 더 심해질 수 있다.

장용현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청소년 시기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때로 아토피피부염 치료 시 고려해야 할 점이 더 많아 치료에 있어서도 세심한 선택이 필요하다”며 "환자의 상태와 경과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학업 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기 어렵다면 만성 염증성질환 치료제인 JAK 억제제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미세먼지가 치매가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조재림·김창수 연세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노영 가천대학교 의대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씩 높아질 때마다 전두엽 두께는 0.02㎜, 측두엽 두께는 0.06㎜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농도의 경우 10㎍/㎥씩 상승할 때마다 측두엽 두께가 0.18㎜ 줄었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10ppb 증가하면 전두엽과 두정엽이 0.02㎜, 측두엽은 0.04㎜, 뇌섬엽은 0.01㎜ 감소했다.

대기오염 물질 농도가 오르면서 인지기능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했다.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인지기능 점수가 각각 0.69점, 1.13점 떨어졌다. 이는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연구 대상자들의 계산, 언어, 기억 능력 등이 감퇴한 것을 의미한다. 또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어지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위험이 각각 1.5배, 2.2배, 1.7배로 증가했다.

조재림 교수는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 피질을 위축시켜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외출을 삼가며 바깥 활동 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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