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용사 유족들 “日에 사과 요구한 사람들, 왜 北엔 못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총 여섯 번 사용했다. 4분여의 비교적 짧은 기념사였지만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서해를 수호한 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의 소중한 가족과 전우들은 북의 도발에 맞서 우리 국민의 자유를 지킨 영웅들”이라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2021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두 차례 참석해 서해 수호 55 용사의 넋을 기리면서도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명시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이들이 누구의 공격으로 희생됐는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천안함 폭침 생존 장병과 유족들은 ‘잠수함 충돌’ 등 음모론이 제기되자, 문재인 정부에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날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은, 지난 정부 5년간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차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천안함 사건은 우리 장병들이 북한 도발에 희생된 것”이라고 했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국립대전현충원의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있는데 북한에는 왜 사과를 요구하지 못하냐”면서 “우리 아들들의 희생을 퇴색시키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큰소리 한번 내지 못했는데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의 고(故) 조천형 상사 모친 임헌순씨에게 “조 상사의 따님이 아버님을 따라 해군 소위가 됐다고 들었다”며 축하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천안함에서 산화해 머리카락과 손톱만 현충원에 묻힌 고 장진선 중사 이야기를 듣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2020년 문 전 대통령에게 “천안함은 누구 소행이냐”고 물었던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는 윤 대통령에게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고 서정우 하사(연평도 포격전 전사)의 모친 김오복씨는 윤 대통령에게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해줘서 유가족에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는 고 황도현 중사의 모친 박공순씨가 “제2연평해전 당시 스물한 살이던 아들이 머리가 함몰돼 전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씨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기념식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해 최고의 예우를 갖추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육·해·공·해병 의장대 사열 규모는 작년 40여 명에서 130여 명으로 확대됐다. 55명의 대표 유족과 참전 장병의 좌석은 윤 대통령 주변의 주요 인사석으로 배치됐고, 이들은 윤 대통령 헌화·분향 때도 전원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서해 55 용사’ 호명을 마친 뒤 무대 위에 도열해 있던 천안함 최원일 전 함장과 악수하고, 생존 장병인 전준영씨를 안아줬다.
이날 기념식 무대 우측에는 윤청자씨가 기증한 ‘3·26 기관총’, 참수리 357호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항해기와 부대기 및 함정 명패,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의 방사포탄 파편을 맞은 중화기 중대 명판, 모형 함정 등이 전시됐다. 윤 대통령은 이를 살펴보며 “북한의 무력 도발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던 문재인 정권의 가짜 평화와 달리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진짜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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