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어뢰, 러 ‘포세이돈’ 닮은 신무기...“11년 걸려 개발”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23. 3. 2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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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공격 무인잠수정 개발
핵장착 가능한 수중 드론 폭발
방사능 오염 핵쓰나미 일으켜
美항모·부산항 등 타격 목표
순항미사일 공중폭발 시험도
동해 상공서 폭발하는 北순항미사일 - 북한이 21~23일 신형 수중 핵무기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 폭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동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이 가상의 타격 목표 지점 상공에서 폭발하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수중 핵무기’(핵무인 수중공격정)를 완성해 최종 개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핵탄두를 장착한 수중 드론을 물속에서 폭발시켜 방사능에 오염된 ‘핵쓰나미’로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무기다. 부산·진해 등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해군 기지나 미 항모 전단 등에 ‘방사능 해일’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지상·공중·수중 등 다양한 운반 수단과 발사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면서 ‘킬 체인’ 등 3축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1일 함경남도 이원군 해안에서 수중핵무기를 실험했다. 통신은 수중핵무기가 “동해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침로를 80∼150의 깊이로 59시간 12분간 잠항(潛航)해 23일 오후 적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수역의 목표점에 도달했으며 시험용 전투부가 수중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 무기가 ‘핵무인 수중공격정 해일’로 명명됐으며, “지난 2년간 50여 차례의 최종 단계 시험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1년 전에 신형 수중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무기 개발 및 성공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수중 핵전략무기의 사명은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해 수중 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 소멸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이 수중 핵무기가 항만에서 폭발하면 강력한 해일로 항구가 초토화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오염 피해는 상당 기간 항만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24일 공개한 핵무인 수중공격정 ‘해일’의 수중 폭발 시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북 수중핵무기가 ‘둠스데이(지구 최후의 날) 핵어뢰’로 불리는 러시아의 핵추진 무인잠수정 ‘포세이돈’과 흡사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2018년 푸틴 대통령이 ‘5대 괴물 무기’ 중의 하나로 공개한 포세이돈은 가공할 위력의 핵탄두를 탑재했다. 탄두 위력이 최대 100메가톤(1메가톤은 TNT 폭약 100만t 위력)에 달해 높이 500의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BBC는 포세이돈의 위력이 “반경 1500㎞ 이내의 모든 생물을 절멸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고, 미 국무부는 “포세이돈 핵어뢰가 미 해안 도시를 쓰나미로 덮어버릴 목적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했다. 북 ‘해일’은 포세이돈에 비하면 훨씬 약한 수십~수백 킬로톤(1킬로톤은 TNT 1000t 위력) 수준일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수백 킬로톤의 위력이라 하더라도 미 항모 등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 수중핵무기는 재래식(배터리) 추진 방식이어서 항속 거리도 포세이돈보다 훨씬 짧다. 북 주장대로 59시간 동안 항해했다면 최대 항속거리는 320~440㎞가량으로 추정된다. 북 동해 NLL(북방한계선)에서 발진할 경우 미 항모·원자력 잠수함 등이 자주 기항하는 부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전문가는 “북 배터리 능력을 감안할 때 ‘해일’이 실제로 59시간가량 항해할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일’의 직경이 70~80㎝급으로 워낙 작아 수면 가까이 올라오더라도 레이더로 탐지가 어렵고 소나(음향탐지기) 등으로도 추적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종의 ‘스텔스 수중무기’인 셈이다.다만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 수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만들었어도 실제 핵실험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일을 일으킬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들의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 시험도 주목된다. 북 통신은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작도동에서 발사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 2기와 ‘화살-2′형 2기는 타원과 8자형 궤도로 1500~1800km까지 비행해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종별로 각각 1발씩 설정 고도 600m에서의 공중 폭발 타격 방식을 적용하면서 핵폭발 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 믿음성을 다시 한번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전략순항미사일들이 발사 직후 언덕과 해상에서 불과 30~50m가량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군 소식통은 “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비슷하게 지형을 따라 초저공 비행하는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이동식 발사차량(TEL)뿐 아니라 열차, 저수지 수중, 골프장, 지하 고정발사대(사일로) 등 다양한 곳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을 과시하며 3축 체계 무력화를 시도함에 따라 결국 핵무장 등을 통해 핵무기로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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