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파괴·방화로 번지는 프랑스 시위
전국 250곳서 100만명 거리로
파업으로 열차·항공편 큰 차질
찰스 英국왕 프랑스 방문 연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파리와 주요 도시에서 총 10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공공시설 방화 사건이 잇따르는 등 시위 양상도 격렬해지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 250여 지역에서 동시다발했다”며 “108만9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동맹(CGT)은 “최소 35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며 “지난 1월 이후 벌어진 총 9차례 시위 중 최대 규모”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7일 헌법 49조 3항의 특별 조항을 발동,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연금 개혁법을 통과시킨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시위다.
파리에선 정부 추산 11만9000명(주최 측 추산 80만명)이 약 4㎞ 거리 행진을 벌이며 “연금 개혁 중단” “마크롱 대통령 하야” 등을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식당과 상점, 은행 등의 창문을 부수고, 길가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질렀다. 경찰이 곤봉과 최루탄으로 시위대 해산에 나서자 과격 노조원들이 돌을 집어던지고 폭죽을 쏘며 저항했다. 복면을 쓴 시위대와 경찰이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 내무부 관계자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경찰 440여 명이 부상하고, 900여 건의 화재가 있었다”며 “폭력 시위 혐의로 전국에서 45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선 시청 정문에 시위대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여 만에 꺼졌고, 다른 곳으로 옮아붙지 않았다. 서부 로리앙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 정문 등에 불을 질렀다.
이날 8개 주요 노동 단체가 연대 파업에 나서면서 에펠탑과 개선문, 베르사유 궁전 등 관광 명소들이 문을 닫았다. 전국의 열차와 항공편 운행도 큰 차질을 빚었다. 정유소 파업으로 문 닫는 주유소도 속출했다. 노동 단체들은 이날 “이달 28일 제10차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오는 26~29일 즉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프랑스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시위대가 10번째 시위 일정을 오는 28일로 잡은 것이 방문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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