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짜리 고시텔 월세가 320만원 “미친 집값에 싱가포르 뜨려고요”
‘脫홍콩’ 기업들 몰려든 탓

건설업체 주재원으로 일하는 남편과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는 주부 이수영(44)씨는 최근 두 자녀와 함께 서둘러 귀국하기로 했다. 이씨 가족은 학군이 발달해 한인들이 모여 사는 부킷티마에서 약 30평 규모의 방 3개짜리 콘도에 살고 있다. 2021년 6월 이 집을 계약할 때만 해도 월세가 4400싱가포르달러(약 427만원)였는데, 얼마 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재계약 월세로 7000싱가포르달러(약 679만원)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씨는 “남편 회사에서 거주비를 4800싱가포르달러까지 지원하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미친 집값’에 싱가포르를 떠나는 한인들이 주변에 상당수”라고 했다.
싱가포르 주택 임대료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오르며 현지 주재원이나 유학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2020년 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이 사실상 중국에 통합된 이후 ‘탈(脫)홍콩’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리면서 주택 수요가 폭증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싱가포르 주택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28% 올라 뉴욕(19%)·런던(18%)·도쿄(8%) 등 주요 도시를 제치고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홍콩은 같은 기간 주택 임대료가 6.4% 하락했다.
치솟는 임대료 부담을 줄이려고 저렴한 숙소를 찾는 유학생이나 구직자, 연차가 낮은 주재원 등을 겨냥해 최근 싱가포르 곳곳에는 한국의 고시텔과 같은 ‘공유 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한 사람이 6개월 이상 머무를 방을 구한다’고 문의하니, 중심가인 탄종파가르에서 북쪽으로 약 6㎞ 떨어진 노베나의 4층짜리 공유 주택을 소개했다.
3평이 조금 넘는 크기의 이 방은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침대와 1인용 책상, 1평 남짓한 화장실을 갖췄다. 세탁과 취사는 층마다 마련된 공용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서울 마포·강남구 등에 있는 월세 70만~80만원짜리 ‘고급 고시텔’과 비슷한 구조인데, 가격이 4배에 달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창문이 없는 방은 3300싱가포르달러(약 320만원)인데, 창문이 있으면 200싱가포르달러(약 20만원)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앞다퉈 싱가포르로 향하던 전 세계 스타트업도 최근에는 주춤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집값이 너무 비싸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며 행사나 미팅이 있을 때만 싱가포르에 가는 스타트업 종사자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싱가포르 독일상공회의소(SGC)가 회원사 104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거비와 사무실 임대료 인상 등으로 싱가포르에서 다른 동남아 국가로 비즈니스 기능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3%에 달했다. ‘싱가포르 주거 상황 때문에 직원들이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업무 성과가 낮아졌다’는 응답은 44%로 집계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야구장 위의 하이 주얼리, 럭키 참에서 와일드 젠더리스 룩으로
- 한국 여자농구, 17회 연속 FIBA 월드컵 무대 밟는다
- 4강 앞에서 무너진 日… 오타니 “정말 분하다”
- [만물상] 새우등 터진 두바이
- “다신 없을 찬란한 청춘의 순간들” 제로베이스원, 눈물의 마지막 콘서트
- 김윤지 패럴림픽 2관왕...한국 선수 최초 메달 5개
- 메모리값 오르자 학교 PC부품 저사양으로 바꿔치기... 업체 직원 고발
- ‘사막의 빛’ 작전…사우디서 軍수송기 탄 한국인 204명 귀국
- 이 대통령 “중동 고립 국민 204명 무사 귀국… 범정부 원팀 성과”
- 국힘 이정현, 오세훈에 “공천 신청 재재공모 이례적... 꼭 경쟁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