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샌델의 절규 “경제 권력이 민주주의 근간 흔들고 있다”
이진구 기자 2023. 3.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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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세계화 시대를 겪으며 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보면 왜 현재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위험한 순간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대체로 경제 권력의 민주주의 훼손은 정치 권력에 의한 것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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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시민보다 소비자로서 행위… 민주주의 후퇴보다 물가상승 우려
불평등 조장하는 경제권력 맞서… 시민들 공공선의 가치 복원해야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마이클 샌델 지음·이경식 옮김/440쪽·2만 원·와이즈베리
불평등 조장하는 경제권력 맞서… 시민들 공공선의 가치 복원해야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마이클 샌델 지음·이경식 옮김/440쪽·2만 원·와이즈베리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읽는 내내 세계적 석학의 소리 없는 절규가 느껴지니.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996년 출간했던 ‘민주주의의 불만’을 20여 년 만에 전면적으로 고쳐 썼다.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그는 우리가 현대 민주주의에서 느끼는 불만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과 달리 민주주의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너덜너덜’해져 갔고, 민주주의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요인들도 더 많아졌다. 정치후원금과 로비스트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드는 기업과 엘리트 지배층, 주요 산업을 장악해 물가를 올리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소수의 거대 기업은 여전한데, 여기에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며 대중을 현혹하는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장애물까지 나타났으니 말이다.
선거에 진 대통령이 의회가 선거 결과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성난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 점거를 조장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는 판에 그로서는 이 책을 다시 안 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업데이트 수준을 넘는다. 전작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미국의 헌법적 전통 부분을 들어내고 경제 담론에 집중했다. 세계화 시대를 겪으며 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보면 왜 현재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위험한 순간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대체로 경제 권력의 민주주의 훼손은 정치 권력에 의한 것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을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수의 대기업에 산업 권력이 집중될 때 우리는 시민사회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걸 걱정하기보다 독과점 탓에 가격이 오를 것을 먼저 생각한다. 대형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약값이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은 하면서도, 이들이 너무 강력해지면 건강보험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료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의 유료화에는 민감하지만, 소셜미디어들의 거대하고 규제되지 않은 권력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음모론, 증오 확산,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파탄 낼 거라는 데는 관심이 덜하다. 저자는 우리가 경제 권력이 시민적 삶에 초래하는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공동체주의와 공공선’, ‘공정하다는 착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등 일련의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마치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곳곳에서 본모습을 잃어가는 ‘민주주의’란 하늘을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몸을 던져 역작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너덜너덜해져 가는 민주주의’는 그가 바라는 대로 회복될 수 있을까. 분석은 탁월하지만 ‘시민 참여에 의한 공공선의 증진’이라는 그의 처방은 여전히 전과 같다. 강의실 안에서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강의실을 벗어나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교수의 마음이 행간에 읽혀 안쓰럽고 안타깝다.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그는 우리가 현대 민주주의에서 느끼는 불만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과 달리 민주주의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너덜너덜’해져 갔고, 민주주의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요인들도 더 많아졌다. 정치후원금과 로비스트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드는 기업과 엘리트 지배층, 주요 산업을 장악해 물가를 올리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소수의 거대 기업은 여전한데, 여기에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며 대중을 현혹하는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장애물까지 나타났으니 말이다.
선거에 진 대통령이 의회가 선거 결과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성난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 점거를 조장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는 판에 그로서는 이 책을 다시 안 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업데이트 수준을 넘는다. 전작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미국의 헌법적 전통 부분을 들어내고 경제 담론에 집중했다. 세계화 시대를 겪으며 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보면 왜 현재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위험한 순간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대체로 경제 권력의 민주주의 훼손은 정치 권력에 의한 것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을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수의 대기업에 산업 권력이 집중될 때 우리는 시민사회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걸 걱정하기보다 독과점 탓에 가격이 오를 것을 먼저 생각한다. 대형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약값이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은 하면서도, 이들이 너무 강력해지면 건강보험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료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의 유료화에는 민감하지만, 소셜미디어들의 거대하고 규제되지 않은 권력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음모론, 증오 확산,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파탄 낼 거라는 데는 관심이 덜하다. 저자는 우리가 경제 권력이 시민적 삶에 초래하는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공동체주의와 공공선’, ‘공정하다는 착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등 일련의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마치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곳곳에서 본모습을 잃어가는 ‘민주주의’란 하늘을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몸을 던져 역작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너덜너덜해져 가는 민주주의’는 그가 바라는 대로 회복될 수 있을까. 분석은 탁월하지만 ‘시민 참여에 의한 공공선의 증진’이라는 그의 처방은 여전히 전과 같다. 강의실 안에서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강의실을 벗어나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교수의 마음이 행간에 읽혀 안쓰럽고 안타깝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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