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인간의 전유물 아냐” vs “AI는 주어진 문제만 해결”

곽아람 기자 2023. 3.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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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이슈 읽기]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나

아티스트 인 머신

아서 I. 밀러 지음|김동환·최영호 옮김|컬처북스|588쪽|3만9500원

지능의 탄생

이대열 지음|바다출판사|343쪽|1만9800원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AI를 둘러싼 여러 담론 중 가장 맹렬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주제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이래 사람들은 ‘결국은 AI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디스토피아적 전망과 ‘아무리 뛰어나도 AI는 결국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일 것’이라는 낙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챗GPT의 등장으로 AI와 인간 간 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졌다. 이번 주 Books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을 철학적으로 고찰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인간도 기계… AI도 창의적일 수 있다”

“AI는 늘 미술가, 음악가, 작가들을 위한 도구로만 여겨질 필요는 없다. 나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기계가 스스로의 힘으로 미술가, 작가, 음악가로 간주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9년 MIT 출판부에서 나온 ‘아티스트 인 머신(The Artist in the Machine)’은 이 문장으로 요약된다. 저자 아서 I. 밀러는 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창의성(creativity)’이란 측면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창의성이 인간만을 위한 것이라고 가정할 근거는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 또한 기계”라는 것이 밀러의 주장. “인간은 어떤 수준에서는 생물학적 기계이고, 더 깊은 수준에서는 화학적 기계이며, 가장 심오한 수준에서는 양성자, 중성자, 글루온, 쿼크 등의 복합체”라는 것이다.

AI 아티스트 ‘미드저니’에게 “‘창의성(creativity)’을 그려줘”라고 했더니 1분도 안 돼 그린 그림. /미드저니

‘과학적 창의성’을 오래 연구해 온 그는 창의성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창의성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식으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정보 처리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뇌와 컴퓨터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밀러는 위대한 아이디어가 무(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마음이 가까이 있는 정보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열할 때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피카소나 셰익스피어 같은 창의적 예술가도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지식에 의지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따라서 빅데이터에 기반해 ‘규칙’에 따라 운용되는 AI도 언젠가는 규칙을 깨뜨리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지시에 따라 AI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작품을 과연 ‘창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밀러는 묻는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모차르트에게 음악을 가르쳤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들의 음악을 만든 사람일 수는 없다. 우리를 가르친 스승들이 우리가 발견한 것의 공로를 차지해야 하는가?”

◇”AI가 인간 대체? 杞憂일 뿐”

“조만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뇌과학자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지능의 탄생’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이 책은 국내에서 2017년 출간됐고 2020년 옥스퍼드대 출판사에서 영문판이 나왔다. “인공지능의 성과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개발한 인간의 지능의 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 주장의 핵심. “악기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경우 그것을 악기가 아니라 악기를 만들고 연주한 사람의 예술성의 표현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지능(intelligence)’에 대한 정의부터 한다. “뇌가 주체인 생명과 맺는 관계에서 나타난 다채로운 사고 작용이 바로 ‘지능’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생명이 없는 것은 지능을 가질 수 없다. 지능이란 생명체가 자손을 남기며 유전자 자기복제를 하면서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영에 이득이 되도록’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인공지능을 진정한 지능이라 여기지 않는 이유는 그 재료가 인간의 뇌와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그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제시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번영과 복지를 위해 복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교수는 “언젠가 자기 자신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공지능이 도래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그러므로 인간이 AI에 위협당하지 않으려면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인간이 자손을 낳듯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 즉 ‘인공생명’이 등장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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