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117종 책 펴낸 조선… 서양보다 400년 앞선 ‘출판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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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는 조선에서 출판혁명을 일으켜 조선을 '책의 나라'로 격상시켰고, '문헌지방'이라는 국제적 명성을 안겨줬다. 학교는 조선 후기로 갈수록 삶의 일부가 됐고, 조선인은 책을 손에 놓지 않는 민족으로 변했다. 한민족은 조선 500년을 경과하면서 학교에 가서 책을 읽고 외는 '책의 민족'으로 거듭난 것이다."
원로 정치학자인 저자는 "조선이야말로 서양보다 400여년 앞서 출판 혁명과 지식의 대중화에 성공한 진정한 책의 나라"였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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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나라 조선의 출판혁명(상·하)/황태연/한국문화사/각3만9000원
“금속활자는 조선에서 출판혁명을 일으켜 조선을 ‘책의 나라’로 격상시켰고, ‘문헌지방’이라는 국제적 명성을 안겨줬다. 학교는 조선 후기로 갈수록 삶의 일부가 됐고, 조선인은 책을 손에 놓지 않는 민족으로 변했다. 한민족은 조선 500년을 경과하면서 학교에 가서 책을 읽고 외는 ‘책의 민족’으로 거듭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후기 공·사립 서당(7만8318개소), 향교(333개소), 대학교(9개소) 등 학교의 총수는 7만8660개소에 달했다. 학생 수는 78만여명이었고, 이를 감안하면 조선은 매년 적어도 400만∼500만부의 책을 공급해야 했다. 게다가 사찰과 암자, 서원과 사우, 사가와 개인에서도 책을 생산했다.
그 결과,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출판된 금속활자 책 목록만 1만4117종. 저자는 국내외 도서관, 박물관 목록과 서지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져 책의 목록을 완성했다. 더불어 조선이 양반 중심의 성리학 사회라는 통념과 달리, 의서 419종 등 90%가 농업·양잠·어업·의학 등 산업 또는 기술 서적인 것도 밝혀냈다. 이는 양민의 삶에 밀접한 실용적 지식 보급이 왕성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18∼19세기 유학서 ‘대학’은 3.3전, 유학서 ‘중용’은 5전으로 농업노동자 월수입(75전)의 4.4%와 6.7%로 저렴했던 사실을 통해 그만큼 조선에서 다양한 책이 많이 보급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책은 저자의 전작 ‘한국 금속활자의 실크로드’와 연관이 있는 책으로, ‘한국 금속활자의 실크로드’에서 저자는 고려의 금속활자가 서천(서쪽·서양으로 이동)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번 저서에서 고려와 조선에서 금속활자를 활용한 출판이 이미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이를 통해 우리 금속활자의 서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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