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나와 몇달 폐인처럼 지냈다... 자유로운 지금이 내 본모습”

유주현 입력 2023. 3. 25. 00:02 수정 2023. 3. 2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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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현의 비욘드 스테이지] 성악가로 돌아온 ‘팬텀싱어’ 테너 김민석
‘팬텀싱어’ 김민석이 돌아왔다. 시즌3 결승팀 ‘레떼아모르’의 멤버로 활약하다 훌쩍 무대를 떠난지 1년여 만이다. 지난 1월 예술의전당과 이천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박소영 등 월드클래스 성악가들과 함께 등장했고, 지난달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아리아 다모레’는 클래식 차트 정상을 밟았다. 다음달 1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리사이틀도 연다.

컴백에 훈풍만 분 건 아니다. 지난해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갑자기 팀을 탈퇴한 터라 레떼아모르 팬덤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있고, 멤버들과 껄끄러운 사이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크리스털처럼 쨍한 고음과 우유처럼 부드러운 중저음을 겸비한 테너 김민석의 독보적인 음색을 “1년여간 유튜브만 돌려보며 기다렸다”는 팬들이 더 많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너달 동안 아무 것도 못했어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누구도 못 만나고 집에서 나가지도 못했죠. 노래도 놓다시피 하고 폐인처럼 지냈는데, 그렇게 계속 살 순 없더군요.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면서 온기를 찾았고, 복귀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어요. 일단 퇴보한 상태에서 준비 과정이 쉽진 않았죠. 성악은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면 녹슬고 균형이 깨지는 몸의 기관과 같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지난해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했던 ‘팬텀싱어’ 출신 테너 김민석이 최근 첫 솔로 앨범을 내고 컴백했다. 박종근 기자
‘무책임하게 팀을 떠났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제작 여건상 하루 2회씩 공연을 강행해야 하는 그룹 활동은 테너에게 큰 무리였다. 서정적이고 중저음이 돋보이는 ‘리리코’로 훈련해 온 그가 극고음을 소화하는 ‘레제로’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한도초과가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스케줄이 감당 안됐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실수에 대한 불안이 쌓이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졌죠. 멤버들이 끌어주려 애썼지만, 도움 받을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고음 담당자로서 혹시라도 팬들 실망시킬까봐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팀을 떠나게 된 거예요.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시 나올 용기를 준 건 팬들이었다. 쉬는 동안에도 팬카페에 매일 들어가며 멀리서 팬들을 바라봤다는 그다. “들어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팀 탈퇴에 실망해 떠나가신 분들에겐 죄송한 마음뿐이죠. 그런데 활동할 때부터 저의 힘듦을 공감해 주신 팬들이 계시고, 그런 분들이 꾸준히 저를 기다려 주셨어요. 영상도 만들어 주고 옛날에 같이 했던 얘기도 나누면서요. 그렇게 제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리신 만큼 앨범이 좋은 선물이자 의미가 됐으면 합니다.”
팬텀싱어 출신으로 첫 솔로앨범 발매하고 리사이틀 예정인 테너 김민석. 박종근 기자

수줍은 미소 너머로 서글서글한 눈빛은 ‘팬텀싱어 올스타전’이 한창이던 2년 전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할 때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당시엔 아주 과묵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팀 안에 수렴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탓이다.

“그땐 정답만 추구했다면 지금은 저다워졌달까요. 솔직히 그 땐 눈치보기 바빴거든요. 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미지라서, 실수하지 말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팀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4차원이냐고요? 그런 소리도 듣지만, 저는 정상이라 생각해요.(웃음) 그냥 저는 생각이 달라요.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인터뷰를 해도 솔직하고 싶거든요. 혼자가 되니 책임감은 무겁지만, 지금 제 모습이 더 저다운 것 같습니다.”

첫 솔로 앨범 ‘아리아 다모레’는 오페라 라보엠 중 ‘그대의 찬 손’, 아이다 중 ‘청아한 아이다’ 등 아리아 8곡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녹음한 정통 클래식 앨범이다. 테너라면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아리아들로만 골랐단다. “대학 시절 성악을 한창 배울 때 로망이었던 곡들로 골랐어요. 테너가 오페라 아리아를 오케스트라 반주로 녹음한 경우는 별로 없다던데, 그만큼 열심히 했습니다. 타이틀곡을 꼽으라면 ‘그대의 찬 손’이죠. 주변에서도 목소리가 잘 감긴 것 같다고 하고, 저도 꼭 완창해보고 싶었거든요.”

팬텀싱어 출신으로 첫 솔로앨범 발매하고 리사이틀 예정인 테너 김민석. 박종근 기자
클래식으로만 승부하려는 걸까 싶은데, “크로스오버 가수가 아니라 정통 테너로서 여러 장르를 소화하는 성악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게 그의 말이다. 4월 1일 첫 리사이틀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들려준단다. “첫 단독 콘서트를 너무 큰 홀을 잡아서 많이 부담이 돼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다 안 차면 어쩌나 싶고요.(웃음) 테너가 한 공연에서 마이크 없이 ‘찐 클래식’도 부르고 크로스오버도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 성악과 팝은 발성의 톤 자체가 달라서 잘 계산하지 않으면 금방 목이 지치고 고장이 나죠. 저는 성악가지만 다양한 노래를 색다르게 부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 해요. 극비인데 ‘싱어게인’ 출신 게스트와 듀엣으로 팝도 부를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웃음)”
1부에선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2부에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뮤직 오브 더 나잇’, ‘지킬앤하이드’ 중 ‘지금 이 순간’,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중 ‘마리아’ 등 대표적인 뮤지컬 넘버들을 부른다니 문득 궁금해졌다.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그를 만날 수도 있을까. “오페라는 대학 때 모차르트 ‘코지판투테’에서 페란도 역을 한 번 해본 적 있어요. 오페라나 뮤지컬이나 워낙 많은 사람의 노고가 필요한 분야인데, 제가 갑자기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연기도 해본 적 없으니까요. 만일 ‘오페라의 유령’ 섭외가 온다면요? 그럼 해야죠. 기왕 할 꺼면 팬텀 역을 하겠습니다.(웃음)”
팬텀싱어 출신으로 첫 솔로앨범 발매하고 리사이틀 예정인 테너 김민석. 박종근 기자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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