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나와 몇달 폐인처럼 지냈다... 자유로운 지금이 내 본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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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현의 비욘드 스테이지] 성악가로 돌아온 ‘팬텀싱어’ 테너 김민석
‘팬텀싱어’ 김민석이 돌아왔다. 시즌3 결승팀 ‘레떼아모르’의 멤버로 활약하다 훌쩍 무대를 떠난지 1년여 만이다. 지난 1월 예술의전당과 이천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박소영 등 월드클래스 성악가들과 함께 등장했고, 지난달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아리아 다모레’는 클래식 차트 정상을 밟았다. 다음달 1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리사이틀도 연다.
컴백에 훈풍만 분 건 아니다. 지난해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갑자기 팀을 탈퇴한 터라 레떼아모르 팬덤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있고, 멤버들과 껄끄러운 사이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크리스털처럼 쨍한 고음과 우유처럼 부드러운 중저음을 겸비한 테너 김민석의 독보적인 음색을 “1년여간 유튜브만 돌려보며 기다렸다”는 팬들이 더 많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너달 동안 아무 것도 못했어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누구도 못 만나고 집에서 나가지도 못했죠. 노래도 놓다시피 하고 폐인처럼 지냈는데, 그렇게 계속 살 순 없더군요.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면서 온기를 찾았고, 복귀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어요. 일단 퇴보한 상태에서 준비 과정이 쉽진 않았죠. 성악은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면 녹슬고 균형이 깨지는 몸의 기관과 같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수줍은 미소 너머로 서글서글한 눈빛은 ‘팬텀싱어 올스타전’이 한창이던 2년 전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할 때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당시엔 아주 과묵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팀 안에 수렴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탓이다.
“그땐 정답만 추구했다면 지금은 저다워졌달까요. 솔직히 그 땐 눈치보기 바빴거든요. 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미지라서, 실수하지 말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팀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4차원이냐고요? 그런 소리도 듣지만, 저는 정상이라 생각해요.(웃음) 그냥 저는 생각이 달라요.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인터뷰를 해도 솔직하고 싶거든요. 혼자가 되니 책임감은 무겁지만, 지금 제 모습이 더 저다운 것 같습니다.”
첫 솔로 앨범 ‘아리아 다모레’는 오페라 라보엠 중 ‘그대의 찬 손’, 아이다 중 ‘청아한 아이다’ 등 아리아 8곡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녹음한 정통 클래식 앨범이다. 테너라면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아리아들로만 골랐단다. “대학 시절 성악을 한창 배울 때 로망이었던 곡들로 골랐어요. 테너가 오페라 아리아를 오케스트라 반주로 녹음한 경우는 별로 없다던데, 그만큼 열심히 했습니다. 타이틀곡을 꼽으라면 ‘그대의 찬 손’이죠. 주변에서도 목소리가 잘 감긴 것 같다고 하고, 저도 꼭 완창해보고 싶었거든요.”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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