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과학기술 집성체 ‘저온저장고’ 발견

조경모 2023. 3. 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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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익산의 한 공원 터에서 천오백 년 전, 백제 시대에 만들어진 저온저장고가 발견됐습니다.

고대 백제인의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적으로, 백제 왕실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경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익산 왕궁리 유적지에서 1.7킬로미터 떨어진 서동역사공원 조성 현장.

지난해 말 이곳에서 직사각형 모양의 구덩이 2개가 발견됐습니다.

벽은 잘 다듬어진 돌로 촘촘히 쌓았고, 바닥은 습기가 차단되도록 작은 돌과 모래 성분의 점토를 섞어 단단하게 다졌습니다.

백제 시대 만들어진 저온 저장고입니다.

벽면 위쪽에는 통기구 3개가 설치됐는데, 이 같은 형태의 통기구는 국내에선 처음입니다.

저장고 안의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한 것으로, 고대 백제인의 뛰어난 과학기술수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김규정/전북문화재연구원장 : "(기존에도) 저장시설들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여기처럼 통기구 같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는 참외와 딸기 등 과일과 밀, 조, 팥과 같은 곡물도 나왔습니다.

이 저장고가 음식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설로 쓰였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함께 출토된 벼루 조각 등 유물들은 왕궁리 유적에서 나온 것과 같은 종류여서, 백제 왕실이 이 저온저장고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백제 왕도의 궁궐 유적에서만 저온저장고가 발견됐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최완규/원광대 역사문화학부 명예교수 : "왕궁과 얼마 떨어지지 않았고, 인근에는 왕릉인 쌍릉 유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왕도 유적과 더불어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문화재청과 익산시는 이 일대에 백제 왕궁을 위한 물품 조달 시설 등이 더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조경모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조경모 기자 (jk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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