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방치 땐 관절을 넘어 온몸 침범[의술인술]

기자 2023. 3. 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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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의 성공한 변호사가 필자의 진료실로 목발을 짚은 채 심하게 부은 왼쪽 발을 보이며 “제발 아프지 않게만 해달라”고 거의 울다시피 부탁했다. 어제저녁에 동료 변호사와 소주에 삼겹살을 마시고 즐겁게 헤어졌는데, 새벽부터 왼쪽 발등과 엄지발가락이 붓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아침에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왔다고 한다.

부친과 숙부께서 통풍의 가족력이 있었고, 피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하니 급성 통풍관절염과 고지혈증, 경동맥 동맥경화 등 여러 질병이 진단되어 입원하였다.

통풍은 한자로 아플 통(痛) 자 바람 풍(風) 자를 쓰는데,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이다. 과잉생산된 요산이 주로 발가락이나 발목 관절에 쌓이면서 심한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것이 특징적인 증상인데 이를 발작이라고 부른다.

통풍은 관절만 침범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통풍의 유병률은 국민의 2%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통풍을 단순하게 관절병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통풍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때에는 만성 결절통풍으로 진행이 된다. 그런 경우에는 요산이 관절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혈관과 콩팥에도 쌓이면서 만성 콩팥병,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뇌졸중(뇌출혈과 뇌경색),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부정맥)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만성적이고 온몸을 침범하는 대사질환이라는 얘기다.

통풍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관절도 아주 아프지만, 만성 결절통풍 환자는 정상인보다 사망률이 3배나 증가하고 모든 통풍 환자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나 높아진다. 즉 통풍은 생명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다. 통풍에 대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올해 2월에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통풍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통풍에 대한 인식과 치료 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 통풍에 대한 지식 수준은 매우 낮았다. 통풍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일반인은 15%에 지나지 않았고, 통풍 환자조차도 통풍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환자가 45%밖에 안 되었다.

또한 통풍 치료를 제대로 받는 환자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 국민은 통풍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통풍은 일교차가 큰 3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는 매년 3월16일을 ‘통풍의날’로 정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통풍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통풍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정확한 진단이다. 많은 환자가 피검사로 요산이 높으면 통풍으로 생각하는 때도 있지만 실제로 요산이 높은 환자 중에 통풍 환자는 겨우 1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통풍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하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통풍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장기적으로 치료와 관리를 받는 방법이 최선의 치료방법이다.

통풍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약물치료이지만 음식 조절도 역시 중요하다. 우선 모든 종류의 술을 조심해야 한다. 맥주의 주성분인 호프에는 통풍을 일으키는 요산의 전구물질인 퓨린이 아주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맥주를 많이 마시면 체내에 요산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통풍이 잘 생길 수 있다. 맥주뿐 아니라 막걸리, 소주, 포도주 등의 모든 술은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그 알코올의 양에 비례하여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알코올은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요산을 다시 잡아 핏속에 넣어서 요산을 급속히 올린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포함한 육류, 특히 간과 내장에는 퓨린이 많다. 청어,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의 등푸른생선, 새우, 바닷가재 등의 해산물에도 퓨린이 많다. 과음과 과식을 절제하는 것 역시 통풍의 치료에 중요하다.

필자에게 입원했던 그 변호사는 통풍에 대한 교육을 받고, 소염제와 요산저하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면서 관절통은 호전되었다. 앞으로도 평생 통풍약을 잘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재물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라 하였다. 적절한 약물치료와 절제된 식습관,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숨겨진 질병, 통풍을 잘 극복하여 우리 모두의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송정수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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