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뭐 좋은 거 없어?"… 국면전환 땔감만 찾는 정치권

한기호 2023. 3. 2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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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굴욕" 핏대 세우던 민주, 與엔 "국면전환" 탓
'의원 50명 증원' 與 성토에 당론 부인 반발
대일문제보다 오래된 '대장동 국면'은 3년째
明 폭로 '父母묘역 테러', 反日뜨자 함흥차사
與까지 간첩·저출산·방탄포기 서약 땔감 삼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지난 3월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홍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월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분석·평가'긴급좌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북 봉화군 소재 자신의 부모 묘소가 훼손됐다고 지난 3월12일 페이스북에 직접 관련 글과 사진을 올려 알렸다.<이재명 국회의원 페이스북 갈무리·연합뉴스>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것처럼 상대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나쁜 정치행태로, 최근 대일굴욕외교라는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본다". 지난 20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긴급좌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을 향해 쏘아붙인 말이다. '이 문제'는 국회의원을 현행 300명에서 50명, 전부 비례대표로만 증원하려던 야권발(發) 선거제 개편안 논란을 가리킨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에서 도출한 3개 중 2개의 선거제 개편안이 '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 50명 증원'을 전제했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소위에서도 3개안을 거의 그대로 국회 전원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지난 17일)한 바 있다. 20일 오전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대표가 3개 안을 전원위에 "상정할 가치도 없다"고 못 박고, 이대로면 전원위엔 불참하겠다는 당론을 세우자 민주당도 "당론이 없다"며 황급히 발을 뺐다.

'참 솔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술 대상인 '비례위성정당 꼼수'의 기원은 지난 20대 국회 말기, 민주당과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이 '여야 교섭단체 전원 합의'라는 선거 룰 개정 관례를 파기하고 밀어붙인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정의당에서 각각 의원을 30명·60명 의원을 늘리는 전제의 선거법 개정안을 내며 군불을 땠다. 의원 30~50명 증원이 '불가피'한 것처럼 한달 가까이 주장해온 장본인마저 "민주당의 피"를 공언하던 김진표 의장이다.

정작 의원 50명 증원안은 닷새 만인 22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전부 뒤집혔다. 300명 유지 전제로 3개안을 전원위에서 논의키로 결의했다. '세비 총액을 동결하든 말든 의원 수 늘리기는 반대'가 절대다수라는 민의는 변한 적이 없는데, 정치권의 경거망동이 선거제 개혁이란 중대과제를 우습게 만든 순간이다. 그런데 이 와중 상대 당에 '국면 전환'을 탓한 모습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침소봉대를 거듭하며 유리한 이슈로 공론장을 덮으려는 시도, 자신들은 예외란 말일까.

민주당은 최근 반일(反日) 프레임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일정 일색이다. 날마다 대한민국 '시민'들을 1세기도 더 전의 국치를 겪은 '백성'들과 혼동케 하고, 장외 극단세력과 세를 합치고, 대통령 '탄핵'을 상용구처럼 읊으며, 한·일 정상회담 자체를 국정조사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자국 대통령실을 불신하며 "일본정부의 공식 브리핑을 믿는다"고 공언한 의원마저 나왔다. 같은 잣대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 USB를 건넨 도보다리 밀담부터 규명 대상 아닐까 싶다.

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일문제 결단 계승여부를 밝히지도 않고, 한일 국교 단절을 공약하지도 않고, 간첩단 의혹의 '자주통일민중전위' 조직원들이 북한 정권으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관련 괴담 유포 등 "반일 민심을 부추길 것"을 지령받은 정황에도 입장이 없다. 본질적 물음은 피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정치 화수분 삼는 것으로 보인다면 과언일까. 여당은 민주당의 반일선전에도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란 오래된 잣대를 대고 있다.

실제 민주당 당무위는 지난 23일 '기소 시 직무정지'를 담은 당헌 80조 1항에서 이재명 대표는 예외라는 '셀프 방탄' 의결을 했다. 앞서 22일 성남시장 시절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특혜 및 성남FC 불법후원금 관련 혐의로 이 대표가 기소된 영향인데, 이때도 야당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검찰이 앞장서 '국면 전환 정치 쇼'를 벌이는 모양"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내 제보로 2021년 8월말 보도된 '대장동-화천대유 게이트'가 더 오래된 국면 아닌가.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 전형수씨가 "이제 그만 정치를 내려놓으시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지난 9일)돼 비리 의혹 관련자 연속 사망 책임론에 휩싸인 바도 있다. 이 대표는 12일 돌연 페이스북으로 경북 봉화군의 '부모님 묘소'가 짓밟혀 훼손됐다면서 "저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듣기에도 생소한 '흉매 또는 양밥'으로 '흑주술' 테러를 당했다는 확신도 이 대표가 전했다. 별안간 '망자 능욕'으로 국면 전환이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윤 대통령 방일(16~17일)을 기해 세간의 눈길에서 멀어졌다. 경북 경찰의 조사결과 역시 함흥차사다. 오히려 이 대표가 선출직 공직자시절 부모 묘지를 농지법상 불가한 전(田)에 조성했다는 지역지 보도가 조명되고 있다. 김어준씨의 '여론조사 꽃' 업체가 20일 공표한 설문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 부모 묘역이 '주술적 의도의 정치테러'란 주장에 '공감' 46.7%·'비공감' 45.2%로 팽팽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약 4대3으로 앞선 데 비해 파괴력이 없는 셈이다.

'국면 전환 쇼'란 비판에서 여권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민주당에서 친일파·매국 프레임 공세가 거세질 때마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핵 위협과 탄도·순항미사일 도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의 사법처리 관련 대북·대야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에 '국회의원 200명으로 감축' 서명운동을 벌이는 의원마저 있는데, 당 소속 정개특위 정치관계법소위원장이 '의원 증원안' 논의를 결의했다가, 사흘 뒤 당 지도부가 일제히 대야 비난 소재로 삼은 부분도 석연치 않다.지난 21일 저녁엔 자녀 1인당 '18세까지 월 100만원'을 지급하고, '30세 이전 3자녀 출산'한 아버지의 병역을 면제하는 "파격적" 저출산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는 국민의힘 정책위발(發) 보도가 나와 여론을 술렁이게 했다특히 후자 안에 여론은 냉랭했는데, . 당 지도부는 하루 만에야 "당에서 공식 제안한 바 없으며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와 교감도 보이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논란 직후인 23일 새 지도부 몫으로 정책위의장 교체가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하루이틀짜리 국면 전환용은 됐을지 모르겠으나, 인구절벽 문제마저 희화화할 뻔했다. 의원 증원 시도와 더불어 '양치기 소년'들인가. 국민의힘은 하영제 의원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대상에 오르자, 23일 의원 5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홍보하며 민주당 압박에 나섰다. 당 소속 의원 비리에 먼저 고개를 숙이기보다, 정치공학적 계산 따라 연명(連名)정치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국면 전환의 계절을 넘어 '이슈 환절기인가?' 자조 섞인 관전평을 내놓게 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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