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작성도 AI가 뚝딱…MS 엣지 코파일럿 써보니
[IT동아 권택경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웹브라우저 엣지에 코파일럿 기능을 추가했다. 코파일럿은 일종의 인공지능(AI) 비서다. 오픈AI의 대규모 언어 모델 GPT-4에 기반한 AI인 프로메테우스를 활용한다. 앞서 지난 2월 엣지에 코파일럿을 추가한다고 처음으로 알렸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미리보기를 제공하다 최근 정식으로 기능을 출시했다.
엣지의 코파일럿 기능은 우측 상단 빙 아이콘을 클릭하면 불러낼 수 있는 사이드바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채팅, 작성, 미리 파악 세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채팅’ 기능은 빙에서 이용할 수 있는 AI 챗봇과 비슷하다. 궁금한 게 있다면 AI에게 물어봐서 검색을 대신할 수 있고, 간단한 글 작성을 부탁할 수도 있다. 빙에서 쓸 수 있는 AI 챗봇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보고 있는 웹페이지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재 보고 있는 내용을 요약해달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웹페이지는 챗봇을 켜면 묻기도 전에 핵심 내용을 먼저 요약해 알려주기도 한다. 해외 언론 기사를 보다 챗봇을 열었을 때 알아서 내용을 요약해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국내 언론 기사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물론 먼저 알려주지 않는 경우라도 ‘페이지 테이크어웨이 생성’이라고 직접 요청하면 된다. 긴 글이나 언론 기사를 읽을 때 빠르게 요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리 파악’은 현재 보고 있는 웹사이트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는 탭이다. 만약 네이버에 접속하고 있다면 네이버에 대한 위키백과 설명, 트래픽 순위, 월별 트래픽 증감 추세, 국가별 트래픽 출처, 주요 방문 경로 등을 알려준다.
‘작성’ 기능은 엣지 코파일럿의 가장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를 입력하고 톤(어조)과 형식, 길이를 지정한 뒤 초안 생성을 하면 그에 맞는 글을 만들어준다. 블로그 게시물이나 이메일 등 웹상에서 글을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렇게 작성한 초안을 ‘사이트 추가’를 눌러 입력창에 바로 붙여넣기 할 수도 있다.
간단한 용도로는 OK, 전문적 용도로는 글쎄
작성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보니 완벽하진 않아도, 실생활이나 업무에서도 간단한 용도로는 활용이 충분히 가능할 듯했다. 주제로 ‘미팅 연기 요청’을 입력하고 톤은 캐주얼, 형식은 전자 메일, 길이는 짧게 설정한 뒤 초안을 생성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안녕하세요.저는 오늘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던 미팅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미팅을 연기해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미팅을 재조정할 수 있을까요? 가능한 시간대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답변 기다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물론 무작위로 생성된 내용인 만큼 세부적인 사항은 형편에 맞게 수정해야겠지만 조금만 고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회 초년생처럼 업무 이메일 작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라면, 코파일럿이 작성한 초안을 활용해 백지에서부터 글을 써야하는 막막함을 이겨낼 수 있다.
블로그 게시물과 같이 비교적 긴 글은 어떨까? 블로그 게시물도 막힘없이 뚝딱 써내는 모습이지만 비교적 내용이 간단한 이메일보다 AI의 허점이 드러나는 편이다. AI 특유의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말하는 ‘환각 현상’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예컨대 올해 유럽 축구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에 대한 예측을 주제로 초안을 생성했더니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한 호날두를 예전 소속팀 공격진으로 소개하거나, 조기 탈락한 팀을 우승 후보로 꼽는 등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같은 주제라도 톤을 ‘재미’로 설정했을 때 이러한 환각 현상이 한층 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아예 ‘메시가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고 멋대로 없는 사실을 지어내기도 했다. 답변의 정확성보다는 창작성과 유창함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용의 정확함이 요구되는 경우라면 ‘재미’보다는 ‘전문가’처럼 좀 더 점잖은 톤을 선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엣지에서 선보인 것과 유사한 코파일럿을 마이크로소프트365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코파일럿은 사전적으로는 부조종사를 의미한다.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옆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명칭이다. 코파일럿을 활용할 때는 이같은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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