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일은 평생 똥 잔치다 밥잔치다[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3. 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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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일은 평생 똥 잔치다 밥잔치다 산다는 건 그 잔치 설거지로 바쁜 나날이다// 누구는 밥 한 끼에 이백만원씩이나 소비한다는데 누구는 무료급식 한 끼에도 부자 기분을 느낀다는데 입원해서 점도 증진제 섞은 죽을 먹다 기저귀 차고 똥 싸는 환우의 똥 냄새 반찬처럼 씹으며 알았다 따뜻한 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떤 밥도 똥이다”

<점자 편지>(송유미, 실천문학사) ‘개똥 익어가는 계절 - 친절한 간병인 k에게’ 중

자기 몸과 의지로 배설을 처리할 수 없는 환자와 그 잦은 배설 처리를 감당해야 하는 간병인을 두고 먹고살기를 떠올린다. 송유미는 “생과 사가 반복되고 소멸하고 탄생하는 것들을 처연하게” 바라보며 “정체불명의 슬픔을 형상화”하려 한다고 했다. 이 관점과 태도를 지켜나가는 곳은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존재의 밑바닥”(김다연 시인 해설 중)이다. 돌멩이 삼키듯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 앙상한 나무젓가락 분지르며 급식소 밥을 먹는 노인, 소주병값 1000원을 달라는 역전 노숙인, 야근수당 없이 야간 항해 중인 어부를 응시한 시에서 절망과 희망 어디에도 마음 두지 못한 채 이어가야 하는 ‘살아가기’를 생각한다.송유미는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전태일문학상’ 등을 받았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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