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화장실로 '슬금슬금'···코골이 때문이었다고?[기고]

기자 2023. 3. 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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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자가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다. |호매실연세이비인후과 제공

평소 건강이라면 자부하던 47세 직장인 A씨. 일이 많아지면서 운동이 부족해지고 자연스레 체중이 증가했다는 것 외에는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던 A씨에게 최근 한밤중에 자다 깨서 2~3번씩 화장실을 찾는 야간뇨 현상이 생겼다. 야간뇨란 수면 중 1회 이상 소변을 보기 위해 잠에서 깨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야뇨증은 잠을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소변을 보는 것을 말하며, 주로 어린아이들에게 생기지만 야간뇨는 어른들에게도 잘 나타난다. 성인에게 발생하는 야뇨증은 대개 노화로 방광 기능 수축과 이완 기능이 약해져 소변을 저장하는 능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밤에 소변을 여러 번 보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A씨는 야간뇨로 인해 불편해지자, 수면 전 수분 섭취량을 많이 줄였음에도 야간뇨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비뇨기과를 찾아 방광 기능 장애 및 전립선 비대증 여부를 검사하였으나, 비뇨기과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편감이 해결되지 않자 대학병원을 방문하였고, 신장의 기능과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항이뇨 호르몬(신장에서 물의 재흡수를 촉진하여 오줌의 양을 줄이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 문제도 없음을 확인하였다. 그렇게 해결되지 않은 채 지내던 A씨는 아내로부터 최근 코골이가 잦고 수면 중 숨을 멈추는 무호흡 증상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사실 야간뇨는 내과, 비뇨기과 문제 외에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에서 84% 정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골이는 수면 중 호흡 시 공기가 코에서 인두를 지나면서 연조직들을 진동시켜 나는 소리를 말한다. 병이라기보다는 증상이다. 코골이가 있는 경우 다양한 원인으로 인두가 좁아지고, 숨이 멎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수면무호흡증이라 한다.

수면 중 무호흡이 발생하면 흉부 압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음압이 되고 우심방과 심실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잘못된 신호로 심장 심방 및 심실에서 뇌형 심방 나트륨 이뇨 펩티드(BNP, Brain natriuretic peptide)를 분비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뇨작용을 일으킨다.

또한 수면무호흡이 발생하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게 되고 경동맥 소체와 중추 수용기에서 이를 감지하게 되어 호흡 중추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각성을 일으킨다. 그리고 수면 중 항이뇨 호르몬이 증가하게 되는데, 각성으로 항이뇨 호르몬이 감소해 이뇨작용을 촉진한다.

이런 각성은 횡격막을 자극하여 폐를 확장시켜 공기를 흡입하게 되는 동시에 복부 내압이 증가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방광이 자극을 받아 소변을 마렵게 한다.

따라서 수면 중 야간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소아에서도 수면무호흡으로 인해 깨어나서 소변을 보지 못하는 야뇨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A씨는 진료 후 병원에 1박2일 입원하여 잠을 자면서 수면 중 뇌파, 안구 운동, 호흡, 심전도, 근육의 움직임 등 여러 신체활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심각한 수면무호흡을 발견하였다. 그 후 무호흡을 교정하는 치료로 양압기를 처방받고 나서는 야간뇨 현상도 사라지게 되었다. 실제로 야간뇨가 있는 무호흡 환자 중 75% 정도는 양압기 착용 후 야간뇨가 개선된다. 야간뇨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게 된다면 단순하게 배뇨 문제만을 생각하지 말고 수면 중 무호흡이 없는지를 검사해 보아야 한다.

이유재 호매실연세이비인후과 대표원장

이유재 호매실연세이비인후과 대표원장

이유재 호매실연세이비인후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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