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반대시위에 난장판 된 프랑스… 찰스 3세 英국왕 방문도 연기

박준희 기자 입력 2023. 3. 24. 20:48 수정 2023. 3. 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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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의 프랑스 방문 일정이 미뤄졌다고 AP 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이날 오전 전화 통화를 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즉위 후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서는 찰스 3세 국왕은 이달 26∼29일 프랑스에 들렀다가 독일로 향할 예정이었다.

앞서 정년 연장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찰스 3세 국왕이 프랑스에 머물 예정이던 오는 28일 제10차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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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하원 표결 생략’ 조항 사용에 시위 과격화
전국서 9차 집회…시위대는 투석, 경찰은 최루탄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집회 후 거리를 뒤덮은 쓰레기 더미를 지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프랑스 방문 일정이 미뤄졌다고 AP 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이날 오전 전화 통화를 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즉위 후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서는 찰스 3세 국왕은 이달 26∼29일 프랑스에 들렀다가 독일로 향할 예정이었다.

찰스 3세 국왕의 방문 연기는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제궁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3월 28일 열린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엘리제궁은 “우호적인 관계에 상응하는 조건 아래 찰스 3세 국왕을 환영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가능한 한 빨리 찰스 3세 국왕의 국빈 방문 일정을 재조정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년 연장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찰스 3세 국왕이 프랑스에 머물 예정이던 오는 28일 제10차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또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파리에 도착할 때 공식 의전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찰스 3세 국왕 부부를 환영하는 레드 카펫도 깔지 않고, 연회장을 수놓을 깃발 장식 등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한편,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시위대는 최루탄 등으로 해산에 나선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과격 행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시위가 휩쓸고 간 거리는 온통 쓰레기나 화재로 뒤덮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 등 전국에 걸친 250여 개 지역에서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제9차 시위가 열렸다. 연금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이 법안의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조항을 사용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시위였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시위에 108만9000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으나 시위를 주최한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35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주요 지역 시위 가운데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파리에서는 시위대가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해 레퓌블리크 광장을 거쳐 오페라 광장으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는 식당, 슈퍼마켓, 은행 등 창문을 망가뜨렸고, 돌을 던지거나 폭죽을 쏘는 무리를 향해 경찰은 최루가스를 뿌려 이들을 해산시켰다.

23일(현지시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의 전국적 시위 와중에 보드로 시청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연금개혁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체루탄 연기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낭트, 보르도 등 프랑스 내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고 로리앙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불을 냈다. 또 정유소 파업이 장기화 하면서 프랑스 동남부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휘발유와 경유가 부족한 주유소들이 나오고 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은 전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연금개혁 반대시위에서 경찰이 과격행동을 한 시위대를 뒤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연금개혁 반대시위에서 경찰이 과격행동을 한 시위대를 뒤쫓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제까지 노조를 중심으로 열린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최근 들어 현장 분위기가 격화하고 있다. 이번 시위가 더 과격해진 것은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패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이번 연금개혁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제49조3항을 사용했다. 현재 하원에서 집권당 의석이 250석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과반(289석)에 미치지 못해 야당 지지 없이는 법안을 단독 처리하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금개혁 법안은 입법 절차를 마쳤으나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에서 검토받아야 한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연합과 좌파 연합 뉘프(NUPES)는 헌법위원회에 연금개혁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신청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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