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으로 나만의 음악?…폭 넓은 소음에 귀 기울여보자[책과 삶]
다른 방식으로 듣기
데이먼 크루코프스키 지음·정은주 옮김
마티 | 144쪽 | 1만6000원
버스나 지하철에는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착용한 사람이 태반이다. 멜론, 유튜브, 지니 등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 이어폰에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이어폰만 착용하면 혼자만의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소리(음악)만을 귀에 받아들인다.
이런 음악 감상법에 딴지를 걸며 소음을 잘 들어보라는 사람이 있다. 데이먼 크루코프스키는 과거 미국 록밴드 ‘갤럭시 500’으로, 현재는 부부 밴드 ‘데이먼 앤 나오미’로 활동하는 음악가이다. <다른 방식으로 듣기>는 크루코프스키가 진행한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 녹취록을 정리해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소리를 다양한 시각에서 비판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은 소리를 같은 시공간에서 공유할 수 없게 됐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홈런이 터졌을 때 야구장에 있던 사람이나 라디오를 듣던 사람이나 똑같은 순간에 환호할 수 있었다. 현재는 환호하는 순간이 조금씩 다르다. 기기마다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며 발생하는 ‘레이턴시(지연 시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소리를 ‘덜’ 전달한다. 소리를 압축해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불필요하다고 판정한 소리들은 제거된다. 크루코프스키는 재즈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가 마이크와의 거리를 이용해 음색을 변주했던 기교를 디지털 음원에선 제대로 들을 수 없고, 통화 상대의 비언어적 소리가 사라져 그의 존재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이전에 들은 음악과 비슷한 음악을 추천해준다. 크루코프스키는 이런 음악들은 ‘난생 처음’이라는 느낌이 없고, 편안하지만 놀라움을 주지 못하는 음악이라고 비판한다.
크루코프스키는 “모든 소리는 우리가 무엇이 신호인지 정하기 전까지 소음”이라며 “보다 폭넓은 소음에 귀를 기울이면 의미 있는 신호가 무엇인지, 그 신호들을 어떻게 서로와 가장 잘 공유할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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