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청에 방화·물대포 등장…불타오르는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

박은하 기자 2023. 3. 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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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57명 체포, 군경 441명 부상
도심 곳곳 화재…급진주의자 늘어
노조는 28일 제10차 시위 예고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쏜 최루탄으로 인해 도심에 연기가 자욱하다./AP연합뉴스

연금개혁 법안 통과 후 첫 총파업이 벌어진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분노가 거세게 타올랐다. 남부 보르도에서는 시청 현관이 불에 탔고 북서부 로리앙에서는 경찰서 벽이 불길에 그슬렸다. 서부 낭트에서는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했다. 파리에서는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을 부쉈다. 르몽드는 “분노의 하루”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는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연도를 뜻하는 “1789?”, “마크롱은 사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를 겨냥한 피켓도 눈에 띄었다.

방호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 소방관들은 “어제 대통령의 TV 인터뷰를 봤다. 그는 국민들의 말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TV 생방송에 출연해 다른 대안이 없다며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연말까지 연금개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박은하 기자

오후 3시40분쯤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해 출발한 시위대는 레퓌블리크광장을 거쳐 파리 중심가를 약 2시간 가량 평화롭게 행진했다. 인파가 워낙 많아 앞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옷가게, 은행지점 등 일부 상점 유리창과 명품 광고를 걸어놓은 버스 정류장 광고판은 파손된 상태였다. 가디언은 ‘파괴자들’이라고 불리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버스 정류소, 광고판, 상점 창문, 맥도날드 매장, 신문 판매대 등을 파손했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파리 도심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가 지나가는 길목의 한 신문판매대가 타고 있다. /박은하 기자
23일(현지시간)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가 지나가는 길목의 버스 정류장 광고판이 파손돼 있다./박은하 기자

시위대가 엘리제궁에서 2km 가량 떨어진 오페라 광장에 이르자 저지선을 치고 기다리던 경찰은 최루탄을 쐈다. 시위대가 기침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고, 일부는 쓰러져 구토했다. 시위대 일부는 오페라 광장 인근에 쌓인 쓰레기 더미와 신문 가판대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 곤봉을 든 경찰이 도로로 돌진해 시민들을 밀어냈다. 시민들은 호송차량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시위대가 파리 도심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소규모 방화와 경찰의 최루탄 발사는 자정 넘도록 계속됐다.

주요 도시 시위도 더욱 격화된 모습이었다. 르몽드와 AF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보르도에서는 18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시청의 현관이 불에 탔다. 낭트에서는 시위대가 행정법원에 난입했고 로리앙에서는 경찰서 벽이 불길에 훼손되고 관청 유리창이 발사체에 맞아 깨졌다.

루앙에서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최루탄에 맞아 엄지손가락 일부를 다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당 르네상스 소속인 데미안 아담 지역 하원의원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경찰 조사를 원한다”고 밝혔다. 루앙 경찰은 경찰관 2명도 시위대가 던진 물체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렌,릴, 툴루즈에서는 경찰이 물대포까지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리옹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시민과 경찰의 충돌이 발생했다./AP연합뉴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파리에서 11만9000명, 전국에서 108만명이 참여했다 .프랑스 일반노동총연맹(CGT)은 파리에서 80만명, 전국 35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에서 457명이 체포됐고, 경찰과 군경찰 441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또한 쓰레기와 신문 가판대 등에 불을 지른 화재는 903건 발생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고등학교 전면 봉쇄 38건을 비롯해 148건의 관련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경찰이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쏜 파리 오페라광장 인근 골목에서 시위대가 붙인 불에 쓰레기가 타고 있다./박은하 기자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밤 “1500명 가량의 폭도들이 공공건물을 부술 목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체포된 이들 일부는 공권력에 대한 공격이나 방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날 시위에서 목격된 폭력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이날 시위에서 “젊은층과 급진주의자들의 참여가 유독 늘었다”고 짚었다. 프랑스24는 “주요 도시에서 불을 지른 시위대는 평화적 시위를 호소한 노조 지도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을 벌였다”고 전했다. 로랑 베르제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위원장은 대다수 시위대는 평화롭게 행동했고 폭력은 경찰과 일부 시위대 상호 간에 발생했다면서 “더 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국가가 연금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파리 오페라광장 인근에서 경찰이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자 시민들이 옷깃 등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피하고 있다./박은하 기자

노조는 오는 28일 연금개혁 반대 10차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26~29일 예정이었던 영국 국왕 찰스3세의 즉위 후 첫 프랑스 국빈방문 계획은 연기됐다.


☞ [Q&A] 프랑스 들쑤신 연금개혁, 왜 강행하고 왜 저항하나
     https://m.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3211703001

파리 |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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