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최민식 “30대 연기 무리였다, 다신 안해”
“지는 꽃 같은 결말이 이 드라마 주제”
“소속사 없는 요즘이 제겐 브레이크”
“따뜻한 중년 로맨스 하고 싶어”
‘화무십일홍’. 꽃피는 봄, 아무리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라도 열흘이면 진다. 인간도 권력도 마찬가지다. 흥한 것은 곧 쇠한다. 꽃 만큼이나 인간은 보통의 존재고, 나약할 따름이다.
배우 최민식(60)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디즈니+ ‘카지노’가 주인공 차무식의 흥망성쇠를 그리며 16부작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최민식은 필리핀의 카지노 대부로 돈과 권력의 최정점에 올랐다가 허망한 끝을 맞는 무식을 연기했다. 그가 무식을 표현하며 중점을 둔 것도 바로 이 화무십일홍과 인간의 나약함이다.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종영 기념 인터뷰로 만난 최민식은 “열흘 넘게 붉은 꽃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욕망을 향해 치닫는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주제”라며 “무식은 꽃잎 떨어지듯 퇴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식의 죽음이 특히 허무하게 느껴지는 데는 화려한 시가지 총격전도 없이, 작고 허름한 방 안에서의 짧은 총성 몇 번으로 끝났다는 사실도 일조했다. 감독뿐 아니라 최민식의 의도도 반영된 결말이다. 그는 “원래 사고는 순식간에 나지 않느냐”며 “제 나름대로 서양의 느와르물을 흉내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액션을 하더라도 우리 식으로 리얼리티를 살렸다”고 말했다.
“제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왜 이런 식으로 죽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그치만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선 구질구질한 마무리보다 화끈한 게 맞다고 봤어요. 무식이 정팔(이동휘)·상구(홍기준)와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면서 시들한 들꽃을 꽂는 것도 제가 제시한 의견이에요. 코너에 몰린 인간의 마지막 정서를 꽃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일생일대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생각하는데, 순간적으로 회한이 밀려온 거겠죠. 필리핀 정관계를 주무르며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기고만장했지만 결국은 나약한 인간이잖아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고, 생생했던 에너지도 떨어지고, 결국은 평범함으로 돌아온 거죠.”
무식의 대서사시엔 무려 170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최민식은 “우리가 너무 과욕을 부리긴 했다”면서 “강윤성 감독도 저도 긴 호흡의 시리즈물에는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허심탄회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60대의 나이로 30대 후반 청년 시절 연기를 한 데 대해서도 “과학 기술(인공지능 디에이징)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가발이나 제 신체적 조건이 못 따라가긴 했다”면서 “무리였다. 이제 젊은 역할은 안 하려고 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만 필리핀 현장 촬영 등 드라마를 완성시킨 과정에 대해선 “악조건 속에서도 치열하게 한 과정은 너무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촬영하지 않는 날엔 연일 필리핀 호텔방에서 배우들과 회의를 했다”며 “수많은 인물에게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험생 공부하듯 대본을 붙잡고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극중 자신과 대립한 승훈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에겐 ‘너 고시 공부하냐’고 말했을 정도라고.
배우들의 책임감과 호연 덕분인지, 극 초반 느슨한 전개로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던 ‘카지노’는 디즈니+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최대 시청시간 등의 기록을 세우며 높은 화제성을 입증했다.
“무식에겐 ‘잘 흘러가고 있나’ 돌아볼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자기 나름대로 이성적인 통제를 하지만, 갑자기 어떤 악연을 만나거나 어떤 일에 휩쓸려 수렁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요즘 그는 촬영장까지 먼 거리도 직접 운전한다. 배고플 땐 보이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식사한다. 택시를 타기도 하고, 가까운 거리는 그냥 걷기도 한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인생의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도 나고 오히려 좋다. 처음 방송 시작했을 때도 매니저 없이 혼자 다녔다”며 “밤 운전할 때 피곤하고 헷갈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눈치 안 보고 음악 크게 틀고 운전하거나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며 대배우 최민식의 꽃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연기자로서 그의 욕망도 식지 않는다. 최근 차기작인 영화 ‘파묘’ 촬영까지 마친 그는 이제 찌르고 베는 범죄 스릴러보다 쓰다듬고 보듬는 휴먼 드라마가 그립단다.
“중년의 로맨스를 하고 싶어요. 감히 꽃 피울 엄두도 안나는, 절제하느라 짠하고 아픈, 그러면서도 어른스러운, 절대 강요하지는 않지만 공감할 수 있는……. 혼돈의 세상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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