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삼킨 尹 "고 윤영하, 한상국, 조천형…"(종합2보)

정지형 기자 최동현 기자 2023. 3.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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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서해용사 이름 호명
김 여사와 참배…유족 "왜 北에 사과 요구 못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서해수호 55용사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기 전 울먹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최동현 기자 =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것은…."

"고(故) 윤영하 소령, 고 한상국 상사, 고 조천형 상사…고 서정우 하사, 고 문광욱 일병."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연단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첫 문장을 뗐다가 돌연 말을 멈췄다.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던 윤 대통령은 한동안 목을 가다듬은 뒤에야 서해수호 용사 5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24일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묘역에 헌화·참배하고, 제2연평해전·천안함 피격사건·연평도 포격전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기념식에 앞서 윤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과 천안함 46용사 묘역, 고(故) 한주호 준위의 묘소를 찾아 차례로 참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유가족들과도 만난 윤 대통령은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인 윤청자 여사의 두 손을 잡으며 인사했고, 천안함 피격사건 생존 장병인 전준영씨에게 "잘 있었어요"라고 안부를 건네며 등을 토닥인 뒤 곁에 있던 김 여사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천안함 피격사건 순국 장병들의 묘역을 살펴보면서 "전부 19살, 20살", "88년생이면 (당시에) 21살", "생일도 아직…"이라며 20대 꽃다운 나이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장병들의 희생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여사는 순국장병들이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는 설명을 듣고 "다 또래래요. 또래"라고 말하자, 현충원장은 "생존 장병 전준영하고 같은 동기"라고 답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준영이 친구들이구나 참…"이라며 말문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고 정종률 하사의 아들 정주한 군과 만난 자리에서 "이땐 몇 살이었니", "어머니는 언제 작고하셨니"라며 물었고, 김 여사는 "얼마나 힘들어"라며 정군을 위로하며 등을 토닥였다.

김 여사는 고 장진선 중사의 묘소에서 '산화자다. 시신을 못 찾았다', '어머님이 시신을 못 찾고 산화됐다고 하니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설명을 듣고 "부모님들이 잠을 제대로 주무셨겠나"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유가족들이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있는데 북한에는 왜 사과를 요구하지 못하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또 유가족들은 "우리 아들들의 희생을 퇴색시키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큰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며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서해수호 55용사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 화환을 보고, 이 전 대통령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고 현충원장에게 말하기도 했다. 사면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 앞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에서 국가를 위해 산화한 55인 용사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했다. 현직 대통령이 서해수호 55인 용사들의 직접 부르는 '롤콜'(roll-call) 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것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라며 "우리가 꿈을 향해 달리고, 가족과 함께 웃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도록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던 영원한 바다 사나이, 55분의 영웅의 이름을 부르겠다"며 호명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서해수호 용사들의 이름을 부를 때 청중석에 앉은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현장을 떠나면서도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다. 현충문 오른쪽에 마련된 전사자들의 유품과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 방사포 파편에 맞아 파손된 중화기 중대의 부대 명판을 어루 만졌다.

이날 기념식장에는 윤청자 여사가 성금을 계기로 마련한 3.26기관총 1정이 전시됐다. 이 대변인은 "윤청자 여사는 지난 2020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은 누구의 소행이냐'고 물어 화제가 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후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의 성금으로 마련된 3.26 기관총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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