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쓰나미' 카드 꺼낸 北 … 사각지대서 해군기지·美항모 노린다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3.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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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가 24일 공개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 모의 핵탄두 공중 폭발 시험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핵무인수중공격정' 카드를 직접 꺼내들며 한미를 향한 핵 위협을 끌어올렸다. 한미의 탐지·정찰 사각지대에서 대북 선제타격 체계인 '킬 체인(kill chain)'과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군 측 해상 전략자산을 무력화하는 수중 핵 타격 수단을 과시한 것이다. 북한이 수중 핵폭발을 통한 대남·대미 공격 옵션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을 지상·수중에서 발사한 데 이어 '핵 어뢰' 격인 핵무인수중공격정까지 공개하면서 전술핵무기를 통한 강대강 대결의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이에 한미는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FS·프리덤 실드)' 훈련과 연계해 실시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원격 발사대 전개 훈련 관련 내용을 공개하며 북한 핵·미사일 방어능력을 부각시켰다.

이날 북한은 보도를 통해 이번에 공개한 수중 핵무기를 11년 전부터 비밀리에 개발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측은 이 무기체계를 '비밀 병기'로 지칭하며 김 위원장이 개발시험을 29차례나 직접 지도했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한미의 쌍룡훈련과 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공격적 시험을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니미츠호가 실제로 한반도 해역에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추가적인 전술핵 타격 수단을 공개할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북측은 '해일'이라고 명명된 이 무기체계에 대해 "은밀하게 작전수역으로 잠항해 수중 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 소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과 진해, 목포와 평택 등지의 해군기지와 한반도에 전개되는 항모강습단 등을 겨냥한 무기체계라는 이야기다.

북측 보도에 따르면 핵무인수중공격정은 바다의 80~150m 심도에서 59시간 이상 잠항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다만 군 안팎에서는 북측이 한미의 정보 분석에 혼선을 주기 위해 제원을 과장하는 기만전술을 펼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은 북측이 처음 공개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수중 폭발 시험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군 소식통은 "북한은 보도사진에서 (공격정의) 전체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동력원으로는 축전지가 쓰일 가능성이 높은데, 사진만 놓고 보면 (축전지의) 용량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군당국은 북한이 아직은 전술핵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북한이 이야기하는 전술유도무기 체계 몇 가지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서 예전보다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해군 잠수함 전대장 출신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북측이 공격정을 개발하면서 최초로 시험발사에 성공한 단계로 보고 있다"고 관측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가 개발한 핵 어뢰인 '포세이돈'과 같은 수중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봤다.

북한은 지난 22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쏘며 또다시 모의 핵탄두 공중 폭발 시험을 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19일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동해 상공 800m에서 폭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에는 폭발 고도를 200m 낮춘 '600m'로 설정해 전술핵 살상능력 극대화 역량을 과시했다.

한편 주한미군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처음으로 성주기지 밖으로 발사대를 전개해 방어 범위를 이동·조정하는 훈련을 펼쳤다. 지난해 10월 성주기지에 원격 발사 장비가 반입되며 사실상 사드 포대의 작전반경이 보다 넓어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공동보도문에서 "사드 체계의 작전, 운용 정상화는 사드 부대에 대한 지속적인 작전지원을 보장함으로써 주한미군 준비태세 향상에 기여했다"며 "원격 발사대 훈련을 통해 사드체계의 방어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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