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수당 횡포에 면죄부 준 비상식적 결정, 동물국회 부추길 것
'과정은 잘못됐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모순된 비상식적 결정 후 거센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절차 위법 탓에 그 결과물이 오염됐다면 이를 무효화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상식인데도 매일 법을 다루는 법 전문가들이 이런 상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엔 '새치기를 했지만 줄서기는 인정한다' '커닝은 했지만 성적은 유효하다' '술을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등 헌재에 대한 조롱으로 가득하다. 이 나라 사법부의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는 공분도 크다. 그렇지 않아도 김명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닌데, 이번 헌재 판결로 그 불신이 더 커지게 됐다. 자업자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결정이 심각하게 잘못된 건 다수당의 입법 횡포에 면죄부를 부여한 점이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 근간인 절차적 정당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앞으로 다수당이 어떤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수단을 써서 입법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시비 삼을 수 없게 됐다. 회기 쪼개기를 하고, 안건조정위를 형해화하고, 날치기로 법을 통과시켜도 되돌릴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은 무늬만 무소속인 의원들을 동원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다. 법사위도 패싱한 채, 본회의에 법안을 직회부하는 꼼수로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안건 처리가 핵심인 국회선진화법을 휴지통에 처박았다. 이런 식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7개 법안 중 일단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방송장악법과 불법파업조장법은 조만간 직회부할 예정이다. 이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입법 폭주가 잇따르고 있는 와중에 헌재까지 날개를 달아주면서 의회 민주주의 파괴 행태는 일상이 될 것이다. 협치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극심한 반발은 불문가지다. 결국 몸싸움과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피하기 힘들어진다. 법리보다 진영논리에 충실한 정치적으로 편향된 억지와 궤변으로 점철된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헌재가 민주주의 퇴행과 정치 혼란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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