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AIST 양자대학원 설립,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양자대학원을 설립하고 최고급 두뇌 양성에 나섰다. 정부가 내년부터 2031년까지 1조원 규모의 양자과학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따라 양자기술 분야 석·박사급 인재를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양자기술은 양자의 '중첩'과 '얽힘'이라는 물리학적 속성을 활용한 것으로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로 구분된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계산 속도가 1억배 빨라 100만년 걸린 암호를 몇 초 만에 풀 수 있다. 양자통신은 해킹 차단으로 초강력 보안 기술을 구현할 수 있고, 양자센서는 민감도와 해상도 면에서 기존 센서를 압도한다. 우주·항공·바이오·국방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일찌감치 투자에 나서 양자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분야는 IBM과 구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단연 선두다. 중국은 양자암호통신에서 가장 앞서 있다. 한국의 양자기술은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10년가량 뒤처져 있다. 전문인력 면에서도 열세다. 국내 박사급 인력은 약 250명 수준으로 미국·중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KAIST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협력해 현장 연구와 대학 교육을 접목하기로 한 것은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 유럽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추격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큰 양자컴퓨터보다는 양자통신·센서 분야 연구와 인력 양성에 집중하는 것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이 분야의 경우 산업적 응용 범위가 넓은 데다 반도체 등 제조업 기술 접목이 가능하고, 이미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에서 양자 과학자들을 만난 후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양자기술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양자 분야에서 한국의 출발은 늦었지만 과감한 지원과 인력 양성으로 '퀀텀 점프'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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