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문제가 아니었다" 비혼여성이 궁금한 당신께
비혼과 비출산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에 달한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 비중 29.3%보다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0년 1.23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로 굳어지는 추세다.
젊은 세대가 잠깐 결혼을 미뤄서도 아니다. 이미 전체 1인 가구 중 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달한다. '2020 가족실태조사' 결과 20·30대의 절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응답했다. 저자인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제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 사회 시스템을 정비할 때라고 강조한다. '가족이 돌보는 게 아니라 돌보는 사람이 가족'이란 말처럼 스스로 선택한 관계와 돌봄의 형태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자신과 같은 40~64세의 중년 솔로 여성의 삶이다. 정책 현장과 일상에서 '일탈'이나 '비정상'으로만 여겨온 비혼의 40·50대 여성 19명을 직접 만나 외로움, 가족, 우정, 주거, 노후 등 혼자 사는 삶의 모습과 고민을 조명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혹은 혼자 사는 선배와의 연대의 접점이 필요했던 사람 모두에게 유용할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개인화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 '1인 가구'라도 100이면 100 다 다른 삶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이유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르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자 세이브더칠드런 등 인권단체 활동가로 일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저자는 개인의 서사를 일반화하지 않고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삶은 외롭고 서러울 것이란 것도 편견이다. 저자가 만난 비혼의 40·50대 여성 19명에게 외로움은 큰 고민거리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보고서에서 '외로움'을 걱정거리로 꼽은 1인 가구는 주로 남성이었다. 아이가 없으면 인생의 가장 깊은 감정, 삶의 한 단계를 모르고 건너뛰는 것이라는 훈수도 누군가에겐 폭력이 된다.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은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인생에서 가장 뜻깊게 추구하는 가치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비혼모를 멸시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적인 태도까지 고려해보면, 출산과 인간의 성숙도를 연결 짓는 위선적 이데올로기의 실체가 드러난다.
[정주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한탕 꿈꾸다 쪽박”...보름만에 85% 날린 한국인들 [월가월부] - 매일경제
- 타는순간 3번 깜짝 놀랐다…‘혜자’ SUV, 2000만원 아깝지 않네 [카슐랭] - 매일경제
- 한때 코스닥 10위권 종목도 거래정지…바이오주에 ‘상폐 경보’ - 매일경제
- 평당 2억도 없어서 못판다는데…‘인증샷 성지’ 된 이곳 - 매일경제
- “룸카페서 옷벗기 게임·성폭행”…간 큰 중3, 법원 판단은? - 매일경제
- “입사 5개월 신입이 월수금 연차, 이유는 휴식”…어찌하오리까 - 매일경제
- 요즘 증시 2차전지株만 보여…초고수가 쉬지않고 담는 이 종목 - 매일경제
- 친한 친구 주말 제주서 결혼하는데…숙소 비행기표 어찌하오리까 - 매일경제
- 평균연봉 2억원이라는 이곳…수십억 받는 사람도 수두룩 - 매일경제
- 서준원 미성년자 성범죄, 한국야구에 큰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