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문전박대…하이트진로의 '일방 소통'[현장에서]

윤정훈 2023. 3. 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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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꽉 차서 못 들어 갑니다. 저희가 먼저 기다리고 있어요."

24일 오전 방문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하이트진로(000080) 정기 주주총회장.

또 하이트진로가 지난 수십 년간 주총을 주주와 소통 없이 개최해왔다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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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하이트진로 제71기 주주총회 개최
일반주주 입장 못하게 통제…주주 권리행사방해
과거 주총꾼 막기 위해 직원 동원한 악습 여전히
김인규 대표 "고객 소통" 약속했지만…공염불 우려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지금 꽉 차서 못 들어 갑니다. 저희가 먼저 기다리고 있어요.”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주총장 입구에 직원들이 출입을 못하도록 막고 있다.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이트진로는 주총장 입구 옆에 화환을 설치했다.(사진=윤정훈 기자)
24일 오전 방문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하이트진로(000080) 정기 주주총회장. 주주총회장 입구에는 건장한 남성 여러명이 서서 출입을 통제했다. 주주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출입문을 장악하고 일반 주주들의 입장을 방해했다. 이들 중 일부는 회사 측 확인 결과 하이트진로 소속 직원으로 파악됐다.

소액주주인 기자도 주주명부 확인과 온도체크 등을 거치고 입장하려고 했지만 문전박대당했다.

입구를 가로막아선 이들은 “저희도 주주인데 먼저 서 있다”는 말과 함께 출입을 통제하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날 하이트진로는 중요한 안건이 있어 ‘표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기에 의아했다. 정기 영업보고와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강명수 사외이사 선임 등 평범한 안건을 상정시켰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경영관리팀 직원은 “저희가 다른 주총을 안 가봐서 잘 모르는데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통제하지 않느냐”며 “저희는 늘 이렇게 해왔다”고 답했다. 한 명의 주주도 주총에서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하이트진로가 지난 수십 년간 주총을 주주와 소통 없이 개최해왔다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주주가 주총에 참여하는 권리를 막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상법상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사결정에 참가할 수 있는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이자, 형법상 주주의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주총장 입구에 직원들이 출입을 못하도록 막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과거에는 직원들을 동원해 주총장 진입을 통제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주총을 방해하는 이른바 ‘주총꾼’을 막기 위해서 시작된 조치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의 주총 문화는 달라졌다. 주주들의 쓴소리를 듣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MZ세대는 물론 다양한 계층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주주 여러분이 요구하는 투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개인주주들을 대하는 하이트진로의 모습은 과연 어땠나. 1년 중 주주의 가장 큰 행사인 주총에서조차 출입을 막은 만큼 김 대표의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변즉생 생즉사’. 변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 주총에서 김 대표가 강조한 슬로건이다. 전자투표제 도입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내년에는 개인주주에게도 주총장 문을 여는 변화를 기대해본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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