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것만은 알고 마시자, 대표 레드 품종 ①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3. 3. 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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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음. 보르도그랑크뤼연합 홈페이지
와인 초보자들은 와인을  고를때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할지 가장 고민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다. 대표 품종을 몇가지 알면된다. 품종 중심으로 마시다 보면 자기 입맛에 맞는 품종이 어는 순간 나타난다. 따라서 그 품종 위주로 한 국가의 여러 생산자나 여러나라의 와인들을 비교해 보면 나라와 품종의 교집합이 생긴다. 그렇게 다양한 품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와인 고수가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보르도 메독와인협회
◆카베르네 소비뇽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같은 세련되고 중후한 도시 남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레드 품종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전세계에서 많이 재배된다. 익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생종이라 따뜻한 기후에서 잘 익는다. 서늘하고 축축한 땅을 싫어하고 자갈·모래 토양을 좋아한다. 탄닌이 세고 아로마도 강하고 색깔도 진하다. 특히 탄닌과 산도 레벨 높아 앙상하고 날이 서 있는 느낌이다. 숙성잠재력은 매우 높다. 오크통에서 숙성해도 오크에 밀리지 않고 잘 어울려서 숙성된다.

기후에 따라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보통 기후대에서는 블랙커런트, 블랙체리, 블랙플럼 등 검은 과일향이 두드러진다. 더운기후에선 과일 캐릭터가 좀 더 강하고 진해지고 블랙플럼, 다크초콜릿 등 조리거나 말린듯한 농축미가 더해진다. 고추씨의 스파이시함과 매캐함도 느껴진다. 오크숙성하면 훈연, 원두향, 삼나무향이 얻어진다. 보르도 좌안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메를로. 보르도 메독와인협회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반대 캐릭터로 모나리자, 선덕여왕같은 풍만한 여성의 느낌이 강하다. 보통 기후대와 더운 기후대에서 다양하게 자라며 붉은 과일향이 대표적이다. 껍질이 얇아 보르도에서 가장 빨리 익는 조생종이다. 보르도는 메를로 65%, 카베르네 소비뇽 23%, 카베르네 프랑 10% 순으로 메를로가 압도적으로 많이 재배된다. 오메독과 페삭레오냥 빼고는 다 메를로를 재배한다고 보면된다.

보르도는 항상 날씨가 좋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메를로 먼저 심고 자갈밭에는 카베르네 쇼비뇽을 심는다. 라임스톤이나 자갈이 조금 섞여있는 보르도 우안의 토양에는 까베르네 프랑을 섞어 심는다. 보르도에선 메를로-카베르네 프랑-카베르네 소비뇽-쁘띠 베르도-까르미네르 순으로 익는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블렌딩 하는 보르도 와인 샤도 랭슈 바쥐
산도와 탄닌이 매우 부드럽고 같은 조건에서 와인만들때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메를로가 알콜도수 좀 더 높게 나온다. 당연히 바디감도 더 느껴진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앙상하게 날이 선 느낌인 반면 메를로 풍만하다. 따라서 서로 상호 보완이 잘돼 프랑스 보르도에서 두 품종을 주로 블렌딩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철골구조물이라면 메를로는 시멘트로 비유할 수 있다. 역시 더운기후대에선 과일 캐릭터가 검은 과일로 바뀐다. 추운지역에선 매운맛이 강하고 더운쪽은 정향, 계피, 감초 등 스위트 스팟이 더 느껴진다. 특히 더운 기후대에선 밀크초콜릿같은 당도도 많이 느껴진다. 보르도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10년 이상 장기숙성해서 먹는 반면, 메를로는 일상적으로 편하게 오픈해서 먹는다. 보르도 우안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메를로는 조생종이라 진흙과 석회질 토양에 심어도 잘 자라란다. 말벡도 메를로와 비슷한 품종인데 보르도에선 메를로가 더 먼저 익어 말벡이 사라졌다.
와인 시음. 보르도 그랑크뤼연합
◆시라/쉬라즈

시라는 프랑스 론지역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호주에선 쉬라즈라 부르며 캐릭터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호주 쉬라즈는 더위에 잘 견디고 컬러가 강하며 산도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낮다. 탄닌은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부드럽다. 풀바디로 오크 숙성이 잘된다. 검은과일, 허브와 스모크 미트(비엔나 소시지)향이 느껴진다.

론 지역, 특히 북부론 시라는 우아하고 섬세하며 오크향이 적고 산도가 높다. 검은 후추와 가죽향도 더해진다. 더운쪽은 과일향이 진해지고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 느낌이다. 또 매운 향신료가 스위트한 향신료로 바뀌어 감초향이 난다. 숙성하면 애니멀, 배지터블 느낌도 곁들여진다. 북부 론에서는 시라에 화이트 품종 비오니에도 블렌딩한다. 비오니에를 적절하게 블렌딩하면 쉬라즈가 아주 우아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호주 쉬라즈 와인 칼리스케
◆그르나슈
시라와 항상 붙어다니는 단짝 친구다. 더위에 매우 강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레드 품종이다. 껍질이 얇고 알콜이 높으며 산도는 떨어지고 탄닌은 부드럽다. 단, 알코올이 튀는데 산도, 탄닌이 적어 푹 퍼진 느낌이다. 따라 그르나슈 100% 와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포도 품질이 굉장히 뛰어나지 않는 이상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 로제 와인 베이스로 많이 쓴다. 레드베리 등 엄청 강렬한 딸기잼이나 졸인 자두 캐릭터를 지닌다. 은은한 후추 등 감초향도 있고 숙성하면 애니멀향과 토피(달콤한 견과) 느낌도 난다. 오크 숙성은 거의 드물다. 그르나슈에 시라를 섞으면 컬러와 탄닌을 주고 블랙베리 과일풍미도 더해진다. 그르나슈+시라+무르베드르 블렌딩을 ‘GSM’으로 부르며 전 세계적으로 수학공식처럼 많이 사용한다.
카베르네 프랑 와인 레 팡세 드 팔루스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과 캐릭터와 특징은 비슷하지만 좀 덜 따뜻해도 잘 자란다. 보르도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농사가 잘 안됐을때 카베르네 품종 비율을 늘린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아버지’로 불리며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일찍 익는다. 보르도 우안인 생테밀리옹과 특히 루아르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이다. 조금 더 빨리 익고 양도 많다. 블랙커런트가 살짝 나지만 허브나 줄기 느낌 더 많이 난다.
카베르네 프랑. 보르도 메독협회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 안델루나 1300
◆말벡
메를로와 캐리터가 비슷하다. 보르도 우안 생테밀리옹이나 포므롤 위쪽에서 재배했지만 말벡은 추위에 약해 1920년대 냉해로 프랑스에선 거의 죽어 버렸다. 이후 메를로를 많이 심으면서 보르도에 메를로가 엄청 늘어났다. 요즘은 원산지인 카오르에서 다시 최고의 말벡이 생산되고 있다. 말벡은 아르헨티나가 원산지로 여겨질정도로 더 유명하다.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뜨거운 햇살을 받고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품질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쁘띠 베르도
◆쁘디베르도

조금만 넣어도 와인 캐릭터가 확 바뀌기 때문에 2%~5% 정도만 소량 블렌딩한다. 만생종으로 껍질이 아주 두껍고 알이 엄청 작아 아주 따뜻한 기온이 아니면 안 익는다. 메독과 페삭레오냥에 조금씩 재배된다.

◆까르미네르

가장 늦게 익는 만생종으로 보르도에서는 까르미네르가 익을 확률이 거의 없다. 더구나 습한 보르도에선 질병에도 약하다. 필록세라 이후에 까르미네르는 보르도에서 사라졌다가 지구 온난화 덕분에 다시 돌아오려다 최근들어 다시 날씨가 나빠지면서 재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원산지는 보르도지만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이다. 햇살이 뜨거워 잘 익기 때문이다. ‘이민’가서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알자스와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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