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천안함 북한소행 직접 언급 안해 왜?

조현호 기자 2023. 3. 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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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2주기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서 않고 서해용사 55명 호명
"북한 대가 치르게 하겠다"
국민의힘 "북한소행 정파적 이익따라 변하지 않도록 노력 다하겠다"
천안함 좌초설 제기 신상철 대법원서 명예훼손 무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맞은 첫 서해수호기념의 날이자 천안함 사건 발생 12주기(3월26일)를 앞둔 24일 기념사에서 예상과 달리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서해용사 55명(제2연평해전, 천안함, 연평도 포격 희생자)의 명단을 일일이 호명했다. 정작 기념사에서는 연설문 사전 원고엔 있던 '천안함 피격'이라는 말 자체를 누락한 채 연설해 배경이 의문이다.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이 연평해전,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기념 연설에 앞서 55명의 희생자를 호명했다. 그는 이들을 소개하기 전에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누군가를 잊지 못해 (코를 대고 잠시 멈칫한 뒤) 무르는 것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라며 “우리가 꿈을 향해 달리고 가족과 함께 웃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도록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 자신들의 꿈이었던 영원한 바다사나이 55명의 영웅의 이름을 불러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 기습공격의 NLL 제2연평해전 용사”를 호명한 뒤 천안함 희생자를 두고 “백령도 서남방 사수하다 전사 천안함 용사 이름을 불러보겠다”며 46명+1명(한주호 준위)을 호명했다. 연평도 포격전 희생자 2명도 함께 호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을 “자유를 지켜낸 뜨거운 용기를 가진 용사들 서해 지키는 임무 완수한 용사, 대한민국은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연설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윤 대통령은 이어진 기념사에서는 여러 사건 가운데 천안함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우리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서해를 수호한 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함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며 “이곳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서해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54명의 용사와 故 한주호 준위가 잠들어 계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서해수호 용사들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며 “사랑하는 가족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를 잃고 누구보다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유가족들과 참전 장병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서북도서는 전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 밝혔다. 이 충돌 사건 가운데 애초 연설문 원고에는 '천안함 피격'이 포함돼 있었으나 윤 대통령은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땐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온 몸을 던진 용감한 군인이었다”며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예우하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가족과 전우들은 북의 도발에 맞서 우리 국민의 자유를 지킨 영웅들”이라며 “우리 국민과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날로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고, 전례 없는 강도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공고하게 하겠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러 언론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취임 첫 서해수호의날을 맞아 천안함 사건을 두고 북한 소행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에 북한 소행이라는 언급을 한 적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확인해달라'는 질의에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 혹시 여기에 있느냐”며 “그 입장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는 입장이냐”고 답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구갑 당협위원장도 지난 22일 밤 YTN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지금까지는 이런(천안함 의혹 관련) 논쟁들이 있었고. 특히 민주당 구성원들 가운데서는 이것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분들까지 있어서 굉장히 충격을 금치 못했는데.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 사건을 정확하게 규정하시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우들을 갖춘다고 해서 저도 굉장히 환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오전 논평에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만행이 분명한데도 지난 문재인 정권은 북한을 의식하여 천안함 폭침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유가족과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며 “분명히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이 진실이 다시는 정파적 이익에 따라 변화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울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서해수호의 날이다. 호국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긴다”면서도 “늘 말씀드리는 것처럼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넘어서서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전략”라며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바로 호국영령들의 희생에 올바로 보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강대강의 군사적 긴장고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은 추가도발을 포기하고 정부는 평화해법 마련에 진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천안함 사건이 좌초와 충돌에 의해 침몰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12년간 재판을 받았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은 지난해 6월9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고,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인정했으나 신상철 전 위원이 제기한 천안함 함미 스크루(프로펠러)의 손상 상태, 함수와 함미 선체와 어뢰에서 채취된 흡착물질이 폭발물질이라는 조사단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정당했다고 밝혀 일부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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