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 원 외국인 도우미 찬성 사설에 "인종차별 현대적 변형"
조정훈 의원 발의한 '최저임금 없는' 외국인 가사근로자법
조선일보 "외국인근로자 생산성 낮은데도 실질임금 높아"
"인종차별의 현대적 변형… 여전히 외국인 근로환경 열악"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외국인 가사근로자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언론의 공방도 뜨겁다. 세계일보와 조선일보는 찬성,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반대하는 칼럼과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낮은데도 최저임금에 숙식까지 제공해 실질임금이 높아져 불합리하다고 주장해 “사용자 입장을 대변한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정훈 의원은 지난 21일 “육아를 하는 맞벌이 가정이 가사근로자를 찾기 어려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국인 차별'이라는 비판에 공동발의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2인이 불참 의사를 밝혀 발의 요건을 채우지 못하나 했지만 지난 22일 국민의힘 권성동, 조수진 의원이 이름을 올리며 재발의됐다.
조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실제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 <'육아 전쟁'이 출산 기피 주원인, 저임금 외국인 도우미 검토해볼 만>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1970년대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월 100만원 미만 임금으로 맞벌이 가정이 육아를 해결할 수 있게 했다. 두 곳 모두 20만명 넘는 외국인 도우미 덕에 맞벌이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은 “싱가포르는 45년동안 이주 가사노동자 제도를 운영하면서 쌓아올린 경험이 있다”며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뉴스톱은 싱가포르의 가사노동자 제도를 상세히 설명하며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주기는 하지만 이주 가사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다중의 장치를 구비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작업장이 아닌 사적 공간인 가정에서 일하게 되는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일하도록 할 준비가 돼 있을까. 단지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겨레는 23일 사설 <'명시적 임금차별' 외국인 도우미가 저출생 해법인가>에서 “(조정훈 의원이) 사례로 든 싱가포르도 저출산 대책이 아닌 인력 부족 차원에서 이 제도를 활용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싱가포르 저출산 대응 분석 보고서를 보면, '부모가 자녀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명에서 2021년 1.12명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칼럼 '여적'에서 “조 의원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포르에서도 미얀마필리핀 출신 가정부 학대 및 사망 사건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외국인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더 높다는 주장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외국인 인력 수급과 더불어 지역·업종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지금의 최저임금 제도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이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낮은데도 똑같은 최저임금에, 숙식까지 제공하니 실질임금이 국내 근로자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아 임금차등이 필요하다는 건 기업에서 주로 반복했던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18년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내국인 대비 87.4%이나 1인당 월평균 급여는 내국인의 95.6%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에 “사용자 입장을 대변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숙식 제공은 실질임금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비용이 높아지는 거다. 게다가 숙식 제공은 이동시간을 아끼고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회사 입장에서 선택한 것이면서 이제 와 외국인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높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그렇게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게 불리하면 내국인 근로자 쓰면 되는데, 아무도 그 임금에 일을 안 하니까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것이다. 기본적인 모순이 있는데 임금을 더 깎고 싶으니까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더 낮다는 주장에도 이 소장은 “생산성은 사람 나름이지 국적을 나눠 생산성을 구분하고 낮다고 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외국인이어도 숙련도가 더 높은 사람이 있는 것이고 일반화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개개인 사람에 따라 생산성을 판단해서 상호 합의 하에 적용하면 될텐데 국적에 따라 생산성을 구분하고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건 아예 다른 문제다. 인종차별의 현대적 변형”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 발표 자료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임금근로자 중 100만 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3.8%, 100~200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15%에 달했다. 2017년 한국은행 보고서는 2012년 기준 내국인 임금이 100일 때 외국인의 임금 수준은 64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외국인 임금 수준 OECD 평균은 87이었고 한국은 임금격차가 OECD 내 최고였다.
이한숙 소장은 “이주노동자가 일한 시간만큼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비율은 낮다고 봐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외국인노동자 임금이 더 낮아지고 환경 악화될 우려가 있는 게 당연하다”며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으로 대우해도 되는 여지를 사회가 계속 남겨 두고 있다. 법적으로 최저임금 지키고 근로기준법 지켜야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 퇴직금체불 등의 경우가 이주노동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발의는 됐지만 해당 개정안이 실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근로기준법, ILO(국제노동기구) 국제 협약 위반일 수 있고 헌법상 명시된 평등권과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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