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유전자 교정 식품 식탁에 오른다

윤영혜 기자 2023. 3. 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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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육류·유제품 등을 포함한 유전자 교정 식품 판매를 합법화했다.

기드온 헨더슨 영국 환경식품농촌부(Defra) 교수는 "기존 정밀 육종 기술에 새로운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해 더 나은 작물을 재배하고 더 쉽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돼 영국은 물론 전세계 식량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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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유제품 등 유전자 교정 식품 판매 합법화
일본 사나테크시드사가 유전자 교정 기술로 생산해 낸 일반 토마토보다 GABA가 4~5배 많은 토마토. 사나테크시드 제공.

영국이 육류·유제품 등을 포함한 유전자 교정 식품 판매를 합법화했다. 유전자 교정은 외부 유전자를 주입해 형질을 바꾸는 유전자변형이나 육종과는 달리 자체 유전자 일부를 잘라내거나 교정하는 기술이다. 기후변화에도 잘 견디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품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육류, 계란, 유제품 등 유전자 교정 식품 개발을 허용하고 기존 농산물과 별도의 구분 표시없이 판매하도록 법을 변경했다. 

영국은 식물 유전학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국가지만 유럽연합(EU) 법률에 따라 그동안 유전자변형 작물의 상업적 개발을 제한하는 것과 동일하게 유전자 교정 기술 개발에도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영국 정부는 유전자 교정 기술에 대한 규정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하원 의원의 표결을 거쳐야 하고 유전자 교정 기술이 적용된 새 품종이 판매되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되겠지만 조만간 유전자 교정 식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 유전자 교정, 유전자 변형과 달라

기존의 유전자 변형 기술은 다른 종의 형질을 인위적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크기는 크지만 맛이 없는 양배추와 작지만 맛있는 양배추를 결합하는 식이다. 과학자들은 어떤 유전자가 크기와 맛을 결정하는지 연구해 적용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유전자를 삽입하면 새로운 품종을 훨씬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교정은 유전자 변형과는 다르다. 동식물의 유전정보가 담긴 DNA에서 특정 부위를 잘라내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다.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고 자체 유전자로 교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유전자 변형과 다르다.

주요국에서도 유전자 교정 기술을  안전한 것으로 판단해 유전자 가위를 적용시킨 작물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진정 효과가 있는 화학물질인 가바(GABA)가 일반 토마토보다 4~5배 풍부한 유전자 교정 토마토를 2021년 시장에 출시했다. 미국의 한 회사는 씨 없는 블랙베리와 체리를 개발 중이다. 

● "전세계 식량 생산 증가 기대"

전문가들은 영국이 유전자 교정을 법적으로 허용하면 식량 생산을 증가시켜 영국에 일자리 및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드온 헨더슨 영국 환경식품농촌부(Defra) 교수는 "기존 정밀 육종 기술에 새로운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해 더 나은 작물을 재배하고 더 쉽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돼 영국은 물론 전세계 식량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교정이 기후 변화 속에서 식물 성장을 촉진하거나 비료 의존도를 줄일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케임브리지 외곽에 위치한 국립농업식물연구소는 100년 이상 영국 농부들을 위해 새로운 품종의 농작물을 개발해 왔다. 연구소 책임자인 마리오 카카모 교수는 "기후 변화로 더 덥고 건조해진 영국에서 더 잘 자랄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독소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며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Defra는 "영국 식품표준청이 건강에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유전자 교정 식품에만 판매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혜 기자 y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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