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최민식 “분량 버거워 매일 후회, 코로나 후유증에 죽다 살아나”[EN:인터뷰①]

박수인 2023. 3. 2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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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차무식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최민식은 3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카지노'(각본 연출 강윤성) 종영 인터뷰에서 차무식 그 자체가 되기까지 과정을 털어놨다.

'카지노'는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시즌2에서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 분)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민식은 차무식이라는 인물에 대해 "건달도 아니고 본인을 비즈니스맨으로 생각할 것 같다. 이름 그대로 무식한 놈이지 않나. 딜을 할 때도 아주 논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얻는 것이 아닌 밀어붙이는 게 있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표현하려 했다"며 "(캐릭터를 구현할 때) 평범함에 뒀다.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짓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거다. 평범한 아저씨인데 어릴 때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을 좇다 보니까 그런 부류의 삶을 살게 되고. 차무식은 돈과 권력을 추구하다 보니까 늪에 빠지듯 흘러간 것 같다. 100% 나쁘고 착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다중성이 표현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극 중 차무식은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 최민식은 "딱히 의리의 돌쇠라는 게 아니라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의 특성 중 하나가 자기 사람들에 대한 관리다. 그런 차원에서 때로는 말 안 듣는 자식 같은 놈도 있고, 그게 정팔(이동휘)이다. 그렇게 케어할 필요가 없는데 한 거다. 그냥 끌리는 후배인 거다. 혼내면서도 버릴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김민재와 통화할 때 '사람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볼란다'는 대사를 추가했다. 매일 말썽부리는데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었다. 정서적으로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차무식의 30대부터 현재까지 표현해내기 위해 신경 쓴 부분도 있었다고. 최민식은 "내가 30대 어땠지 했다. 어차피 (외모적인 부분은) 과학기술을 빌린다고 하니까. 오히려 차이를 두면 부자연스러울 것 같더라"며 "가발이나 신체적 조건이 못 따라가서 젊은 건 안 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어 연기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최민식은 "늘상 어릴 때부터 들었던 게 영어이지 않나. 지금도 간단히 영어 단어를 쓰지만 내 생각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려니까 스스로 닭살이 돋더라. 다행히 차무식은 한국 사람 특유의 콩글리시가 허용되는 캐릭터니까. 발음이나 액센트에 신경 쓰다 보니까. 열심히 했다"면서도 "영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차무식을 연기하며 느낀 점도 언급했다. 소속사, 매니저 없이 활동 중인 최민식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데 (차무식으로 인해) 어느 순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매니저 없이 다니는 게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돌아다닌다. 물리적으로 누가 운전을 하냐 보다는 연기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저 역시도 욕망, 욕심이 있다. 차무식도 마찬가지인데 브레이크가 없었던 거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죽이고 하는 거다. 어느 순간 악연을 만나고 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25년 만 복귀작인 만큼 분량에 대한 버거움도 있었다고. 최민식은 "수많은 분량이 버겁게 했다. 하루에 열네신도 찍어봤다. 영화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분량을 필리핀에서 했다. 외국 촬영이니까 먹고 자는 게 다 돈이지 않나. 한정된 시간에 소화해야 할 분량을 빨리 찍어야 했다. 내가 너무 힘겨워했구나 느껴졌다. 여러 부분에서 '이건 왜 이렇게 했구나' 싶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두 번째는 연출적인 문제인데 서사가 너무 많이 부딪힌다는 것이었다. (분량의) 다이어트를 하고 갔어야 하지 않나 싶다. 시리즈물이다 보니까 매 회차 요구하는 분량이 있었지 않나. 그것에 대한 강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아쉬움들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후회는 매일 했다. 당시 삼중고에 시달렸다. 저 역시 코로나를 피해가지 못했다. 하필 필리핀 가기 전에 걸렸다. 필리핀에 가야 할 때 못 갔다. 후유증이 되게 심했다. 죽다 살아났다 할 정도로 세게 왔다. 한 동안 냄새도 못 맡고 목도 쉬었다. 온몸이 나른하고 무기력증에 빠졌다. 한여름 뙤약볕에 들어가게 되니까 날씨에 대한 것도 있었다. 엄청난 분량 등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게 뭐지?' 했다. 압박감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다 찍고 종영하고 관객들 보고 하니까 인간이 간사한 게 그 시절이 아련하게 느껴지더라"고 전했다.

차무식이 죽음을 맞는 결말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최민식은 "(결말이 공개된 후) 전화도 문자도 많이 받는다. 특히 아내가 왜 그렇게 죽냐고 하더라. 간파를 했을지 모르겠는데 마지막에 조촐한 만찬을 준비하지 않나. 제가 제시했던 의견이었는데 꽃을 하나 꽂았다. 주변에 시들시들한 들꽃을 하나 구해달라고 했다. 마지막 만찬을 예감이라도 하듯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꽃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꽃잎이 떨어지듯이 차무식이 퇴장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느와르적인 정서를 감안했을 때 안 죽었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래도 그것보다는 화끈하게 셔터를 내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나. 욕망으로 치닫던 사람의 결말이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 그게 우리의 주제였다. 구질구질한 서사, 장치보다는 화끈하게 가자고 했다. 그런데 욕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마지막회 바닷가에서 눈물을 흘리는 신 역시 "제가 의도한 바이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일생일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하면서 회한을 느낀다.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기고만장하게 살았던 사람이 자기 꾀에 넘어간 거다. 건들이지 말아야 할 데드라인을 넘은 것이니까. 나약함, 어쩔 수 없는 평범함인 거다. 에너자이저가 아니구나, 평범함으로 다시 돌아오려 했다"며 차무식의 인생을 돌아봤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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