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언론중립` 요구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이유

임재섭 2023. 3. 2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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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직무정지 취소' 당무위서 반대의견 없었다고 수차례 확언했으나…바로 다음날 전해철 '공개해달라'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모습. 연합뉴스.

"정치탄압에 대해 부동의한다는 의견도 취합했다고 아는데, 비율은 어느 정도였나?"

"그런 것은 없었다"

"총대를 메고 대표에게 결단 내라는 말은 있었나?"

"없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의 이견이 없었다'고 못 박았다. 기소 시 직무 정지를 포함하는 당헌 제80조를 이 대표에게 적용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기소 당일 급히 소집된 당무위였음에도 민주당은 "이런 탄압 의도에 대해 당이 단결하고 단합하는 모습 실제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만장일치로 이 대표의 직무 정지 취소를 의결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 비명계의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 대책도 논의됐느냐는 질문에도 "여기서는 오늘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했고, "숫자로 세지는 못했지만 의결정족수가 성립됐고 반대 없이 통과됐다"고 했다.

서면 의견을 실명으로 통지해달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예외조항 찬성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고 일부 당무위원들이 불만을 표한다고 구체적으로 꼬집는 질문에도 "당무위원이라고 하면 그래도 우리당을 대표해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아무리 긴급한 상황에서 서면으로 불가피하게 의사 표시하는 것인데 그 정도 정치적 책임과 공개성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당은 전체 80명 중 현장에 참석한 의원은 30명, 서면 의견에 찬성한 사람이 39명으로 총 69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좌표 찍기' 논란에도 아랑곳 않고 이 대표에게 반발은 공개적으로 할 것을 요구하면서까지 당무위 자리에서는 반대가 없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김 대변인은 "전해철 의원이 당무위원회에서 한 발언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전 의원이 당무위에 참석해 발언한 내용을 공개했다. 전 의원은 △당무위가 너무 급하게 잡혀 논의하기에 촉박함 △공소장을 살펴보지 못해 심층 검토 후 논의 필요 △당헌 80조 중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먼저 확실히 할 필요의 3가지 이유를 들면서 "시간을 가지고 당무위를 소집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다른 당무위원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반론을 제기하자 전 의원이 기권을 하고 퇴장한 게 전날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당무위에서 이 대표 직무정지 취소를 의결하자는 주장에 부동의하는 의견은 실존했다는 게 거듭 확인된 셈이다. 부동의 주장을 했으나 반론이 제기되자 자리를 이탈했고, 그렇게 해서 만든 만장일치를 두고 언론 앞에서만 '이견이 없었다'고 수차례 강조한 셈이다. 심지어 부동의 의견이 있었고, 실명으로 서면을 제출하라는 말에 불만을 가진 당무위원이 있었다고 물었을 때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확언했다. 언론이 중립적이지 않아서 혹은 왜곡해서 이렇게 해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전 의원이 직접 자신의 발언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으로 반증 된다. 전 의원의 의견이 당시 브리핑으로 충분히 소개됐다면 그가 추가로 자신의 발언 공개를 부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전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 책임'을 고려해 말하지 않은 당무위원들이 찬성하지 않은 10명 혹은 그 이상 있을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게 됐다.

그럼에도 김 대변인은 "저는 전 의원이 당무위원회의 소집 절차에 대해 말한 것이기 때문에 반대 없이 통과됐다고 한 것"이라며 "이미 기권을 하고 퇴장한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대변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쓴 기자들은 민주당 내 이견과 반론이 없었다는 식의 '오보'를 썼다. 마치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소수정당 의원들이 반론을 펼치다 퇴장한 채 의결한 상황'을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식으로 잘못 쓰게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전날 진행한 브리핑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의 중립성 요구만큼이나 언론의 중립성을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특히 기성언론, 그중에서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일부 매체들을 '기득권'으로 몰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를 넘어 이번과 같은 행태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당의 공식 입장을 먼저 불신하고, 그 이면을 파헤치고 싶어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착오·오해 등으로 인해 '진짜 오보'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손해는 민주당이 뒤집어쓰게 될 덤이다.

무엇보다도 그런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언론개혁' 주장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민주당은 최근 방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 외에 미디어 관련 학회, 기관 및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권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익단체, 직능단체, 시민단체에 넘기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이 먼저 중립적인 시각에서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상대 당의 반응과 상관없이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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