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명품시계 뇌물

2023. 3. 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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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사에 관한 회고록을 내면서 '논두렁 시계'가 다시 나돌고 있다.

이 전 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부인과 아들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와 2억550만 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시계 피아제 남녀 세트 2개를 받았다는 건 사실'이라고 밝혀 야권이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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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사에 관한 회고록을 내면서 ‘논두렁 시계’가 다시 나돌고 있다. 이 전 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부인과 아들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와 2억550만 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시계 피아제 남녀 세트 2개를 받았다는 건 사실’이라고 밝혀 야권이 발칵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디 감히 고인을 함부로 입에 올리느냐”며 발끈했고, 이재명 대표는 “우리는 허망하게 노 전 대통령을 보내야 했던 논두렁 시계 공작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은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인데, 노 전 대통령도 2009년 3월 수사 당시 6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가족들이 돈을 받은 줄 자신은 몰랐다는 것으로 일관한 것에 비쳐 보면 억지스럽다. 그리고 1개에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시계를 받은 사실도 부인하지 못하고 ‘처가 밖에 내다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진술했는데,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된 게 공작이라고 주장하면서 시계 수수 자체가 없었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다.

비싼 건 웬만한 집 한 채 값도 넘는 명품 시계가 뇌물로 사용되는 모습은 영화는 물론 현실에서도 종종 나온다. 2015년 민영진 전 KT&G 사장은 러시아에서 담배유통업자로부터 4500만 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파텍 필립’ 등을 받아 구속됐다. 2015년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분양대행업자로부터 ‘해리윈스턴’ ‘위블로’ ‘브라이틀링’ 등 개당 3000만∼4000만 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 9개를 받아 구속됐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2006년 하반기 세무조사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0만 달러와 4200만 원 상당의 ‘프랭크 뮬러’ 시계도 받았다가 2013년 구속됐다.

명품 시계는 그 자체로도 비싸지만, 다이아몬드를 박는 방식으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릴 수 있어 뇌물로 쓰기에 제격이다. 운반과 은닉도 쉽다. 628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엑스칼리버 더블플라잉 투르비용 스켈레톤’ 시계는 4억 원에 달하고, 파텍 필립 중에는 20억∼30억 원 나가는 모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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