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건희 변호했던 수협銀 감사, 대통령실이 단수추천”

공성윤·김현지 기자 2023. 3. 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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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 감사 선임된 서정배 변호사, 대통령실이 미리 내정해놓고 공모한 것으로 알려져
윤석열·김건희 모두 변호한 검찰 출신 尹캠프 인사...외부 이력은 대우조선해양 임원이 유일

(시사저널=공성윤·김현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김건희 여사의 변호를 맡았던 서정배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59)가 수협은행 감사로 선정되는 과정에 대통령실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번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 변호사가 금융권 경험이 없는데다 검찰 출신이라는 배경이 논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3월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로 62번지 수협은행 본점. ⓒ 시사저널 최준필

수협은행은 3월23일 주주총회에서 서정배 변호사를 상임감사로 최종 선임했다. 수협은행은 지난 2월13일부터 2주 동안 감사 모집 공모를 진행했고, 여기에 서 변호사가 유일하게 응모했다. 당초 수협은행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 출신 인사의 출마나 전임 감사의 연임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응모자는 없었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통령실에서 감사 공모 전부터 서 변호사를 단수 추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서 변호사를 유일한 감사 후보로 낙점해 놓고 공모라는 요식행위를 취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감사가 내정된 상황에서 소위 '들러리' 서기 싫어 공모에 응할 사람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단독 후보로 나선 서 변호사는 주주총회 선임 전 과정인 3월10일 감사추천위 면접과 3월16일 이사회 의결을 한번에 통과했다.

공모 전 단수 추천..."들러리 싫어 응모 안해"

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을 지냈다. 2007년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2020년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요양병원 불법급여 수급 사건으로 기소됐을 때부터 변호를 맡았다. 서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최씨의 2심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 법률팀에서 처가 관련 대응 업무를 담당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2021년 5월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징계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을 때도 서 변호사가 대리를 했다. 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월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통화 녹음파일 공개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서 변호사가 법률대리인이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이 감사 선임에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수협은행 감사는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요직으로 꼽힌다. 주로 여신거래, 보험, 신탁, 펀드 등 전문화된 금융서비스 전반을 조사하고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맡는다. 은행 특성상 어선재해보험 등 해양·수산업 특화 분야를 다루기도 한다. 그간 수협 출신(강명석 전 감사)이나 금융위원회 출신(홍재문 전 감사)이 감사 자리를 맡아왔다.

서 변호사의 경우 검찰 외에는 2014~17년 대우조선해양에서 감사실장과 법무팀장(상무) 등을 역임한 게 전부다. 다만 수협은행 정관에 명시된 감사의 자격요건에 따라,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으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감사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尹정부 때 선임된 정부 측 위원 3명이 면접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개입이 없었으면 검찰 출신 인사가 이렇게 조용하게 선정될 수 있었겠나"란 시각도 있다. 수협은행 감사추천위 위원은 정부 추천 사외이사 3명(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추천)과 수협중앙회 추천 사외·비상임이사 2명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4명의 선택을 받아야 감사 후보자로 뽑힌다. 이후 이사회 의결과 주주총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감사추천위만 통과하면 무리 없이 선정되는 구조다. 감사추천위 위원 5명 중 정부 측 위원 3명이 이사회 전원(7명)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주주총회의 경우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신임감사 선정 당시 감사추천위는 의견합치를 보는 데 수차례 실패했다. 1차 공모에서 지원자 모두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해 2차, 3차 공모까지 진행했다. 그래도 자격을 충족하거나 위원 4명 이상의 선택을 받은 지원자가 없었다. 결국 4차 공모까지 실시하고 나서야 관료 출신 홍재문 전 감사를 선임했다. 그럼에도 관피아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에 서 변호사를 통과시킨 감사추천위 위원 중 정부 몫의 3명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지난해 11월30일 선임됐다. 시사저널은 정부 추천 위원 중 한 명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수협중앙회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서 변호사에게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이 없었다.

금융기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매 정권마다 잡음을 일으킨 사안이다. 이번에도 논란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올 2월 선임된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노조의 반발을 샀다. BNK금융그룹 회장과 IBK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외압 의혹으로 마찰이 있었다. 3월2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전문성이 전혀 없는 캠프출신 낙하산 인사를 금융기관에 앉힌다"고 비판했다.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전 그런 거 안 할 것"이란 윤 대통령의 2021년 10월 대선후보 시절 발언과 배치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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