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체포로 돌아본 '테라 사태'…韓 코인업계 지형 바꾼 '나비효과'
국내 시장 영향도 회자…'닥사 탄생'에 '위믹스 사태'까지 불러일으켜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이른바 '테라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다. 범죄인 인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내 수사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테라 사태'가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미친 영향도 회자되고 있다.
◇권도형,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검거…국내 송환이 변수
경찰청은 지난 23일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한창준 차이코퍼레이션 전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인터폴에 신청해 발부된 적색수배에 따라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와 한 전 대표로 의심되는 사람을 검거했다"며 "최종 신원확인을 위해 몬테네그로 측에 십지지문을 요청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인 필립 애드직도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몬테네그로의 수도인 포드고리차에서 세계적인 지명 수배자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구금됐다"면서 "당국은 신원 확인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몬테네그로는 유럽연합(EU) 범죄인 인도조약에 가입한 국가로, 한국은 EU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다. 이에 따라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그의 사기 혐의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단, 권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검찰에 사기, 시세조작 등 8개 혐의로 기소돼 미국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송환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도형 없었던 한국, 테라 사태 책임은 '거래소로'
미국 변수가 존재함에도 불구, '주범' 없이 진행됐던 테라 수사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권 대표와 테라 프로젝트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친 여러 영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테라 사태란 지난해 5월 테라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1달러 고정 가격이 무너지고, UST 가치를 유지하는 데 쓰였던 '자매 코인' 루나(LUNA)의 가치도 99% 이상 폭락한 사태를 말한다. UST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알고리즘'으로 1달러 고정 가격을 유지해왔으나 고정 가격이 무너지면서 루나 가격 또한 함께 폭락한 것이다.
테라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만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UST는 테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며, 테라 블록체인 상에는 수많은 서비스가 존재했다. UST 및 루나를 기축통화로 쓰던 이 서비스들도 한 번에 몰락한 것이다. 테라 사태의 영향이 컸던 이유다.
특히 테라 프로젝트 측에서 직접 개발한 '앵커프로토콜'의 피해가 컸다. 앵커프로토콜은 루나를 담보로 UST를 예치하던 서비스로, 20% 이상의 이자를 보장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루나 가격 폭락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용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검찰은 앵커프로토콜의 영업 방식이 폰지 사기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테라 사태가 발생할 당시 권 대표는 한국에 없었다. 그 때문에 테라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에게 물어야 할 책임은 가장 당국에 협조적인 '거래소'로 향했다. 국회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을 호출해 '왜 루나를 상장했는지', '상장 당시 알고리즘과 관련한 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했는지' 추궁했다. 특히 거래소 별로 루나 거래지원 종료 시간이 달라 피해를 더 키웠음을 강조했다.
이에 거래소들은 연합체를 구성함으로써 책임 추궁에 답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는 '디지털자산 거래소연합체(닥사, DAXA)'를 구성, 상장 및 상장 폐지 가이드라인을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테라 사태처럼 위기 상황에는 공동 대응함으로써 상장 폐지 시간을 사실상 맞추겠다고 했다.
◇테라 사태로 태어난 '닥사', 달라진 국내 가상자산 업계
닥사의 등장으로 국내 가상자산 업계의 지형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동시에 상장 폐지를 할 경우, 이는 곧 국내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닥사에 의해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은 사실상 원화로 거래할 수 없으므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지게 된다.
닥사의 타깃이 된 건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WEMIX)였다. 위믹스 상장 폐지 전에도 라이트코인(LTC) 등을 공동으로 상장 폐지한 바 있으나 이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금지된 '다크코인'이기 때문이었다. 닥사의 '공동 상폐'가 이슈화된 건 사실상 위믹스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12월 위믹스가 상장 폐지에 불복하고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내면서 이는 이른바 '위믹스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닥사가 사실상 국내 시장 퇴출을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닥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두 달 뒤 코인원이 위믹스를 재상장하자 최근에는 닥사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일이 '테라 사태'로 인해 약 8개월 간 벌어진 일이다. 테라가 국내 가상자산 업계를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 이른바 '김치코인'이 움츠러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른바 '김치코인' 상장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규 상장 건만 봐도 대기업 가상자산이 아닌 이상 신규 프로젝트의 김치코인이 상장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김치코인은 문제 발생 시 규제당국이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테라 사태를 통해 거래소들도 이를 배운 것"이라며 "거래소들이 최근 김치코인 상장을 꺼린 배경"이라고 전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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