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 코앞인데…카카오 문어발 논란의 딜레마

최은수 기자 2023. 3. 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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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월 기준 카카오 국내 계열사 126개…1년새 12개 줄어
SM 인수 시 계열사 40개 추가 예상…"엔터업 특성 고려해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사진=카카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문어발 확장' 지적에 계열사 수를 줄이겠다던 카카오의 약속이 'SM 인수' 변수로 차질을 빚게 됐다.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소규모 레이블,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 기업 특성 상 계열사는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에 단순한 계열사 수에 집중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계열사 축소 및 통합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카카오 국내 계열사 수 내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126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2월(138개) 대비 12개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5월 136개 ▲8월 134개 ▲11월 129개 등으로 지속 감소세다. 아울러 30여개 회사가 흡수합병, 지분매각, 청산종결 등의 사유로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이는 앞서 지난해 4월 김성수 카카오 의장이 “올해 계열사를 30~40개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 카카오가 불필요한 계열사 정리 및 계열사 간 통합 등 경영 효율화 작업에 집중한 결과다. 다만 김 의장이 내걸었던 목표 개수는 달성하지 못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2018년 이후 계열사 수가 급격하게 늘었고 2019년 말부터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 확장 비판을 산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국회 등 정치권에서 카카오가 서비스 안정성 투자에 소홀했다며 문어발 확장 지적을 또 한번 제기했다. 이에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국정감사에서 “서비스 안정성을 비롯해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부분에 대한 투자 등을 전면 재검토해 조금이나마 잃어버렸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픽코마 등 콘텐츠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내걸고 해외 진출 성과를 확대하는 '비욘드 코리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작년 카카오의 연간 해외 매출 비중은 20%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또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웹툰·웹소설·게임 등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투자를 확대 할수록 업종 특성상 제작 스튜디오, 레이블 등 소규모 계열사가 지속 신규 편입되기 때문에 계열사 축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국정감사에서 “약 80개는 작은 스튜디오 같은 회사로 필요한 IP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카카오 계열사 대부분이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를 제외한 125개 계열사를 분류해보면 글로벌 IP-문화 생태계 71개(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픽코마, 레디쉬코리아, 영화사 집, 안테나, 넵튠,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에 달했다.

더 나아가 이달에는 카카오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K-콘텐츠 시장 진출을 앞뒀다. 카카오는 하이브와 SM 경영권 인수 분쟁에서 승기를 잡고, 주당 15만원에 SM 주식 공개매수를 오는 26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가 보유한 SM 지분은 39.9%까지 확대하고 계열사로 편입하게 된다.

카카오는 SM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IT 기술 및 IP 밸류체인과 SM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약점으로 꼽혔던 유명 아티스트 IP 파워를 확보하고, 글로벌 성과도 단숨에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가 목표한 지분만큼 SM 인수에 성공하면 계열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카카오 계열사는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년 3분기 기준 SM의 계열사 수는 총 40개다.

결국 내수시장 한계 지적을 벗어나기 위한 글로벌 진출 노력과 문어발 확장 지적에 따른 계열사 축소 약속이 상충하며 딜레마가 갇힌 형국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단순 계열사 수가 아니라 사업에 불필요한 계열사를 축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한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나 웹툰 사업 특성을 알면 문어발 확장 지적은 의미가 없다"라며 "특히 SM은 최근 여러 개의 제작센터와 레이블이 독자적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발표했기 때문에 계열사 수 증가는 불가피하고 고유 개성을 지키려면 통폐합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계열사 통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이라는 카카오의 새로운 비전에 부합하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적정 가치에 엑시트할 수 있도록 투자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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