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서…‘페트병 강아지’와 노는 엉뚱한 친구를 만났다[어린이 책]

2023. 3.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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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는 3박 4일이 한 달처럼 흐른다.

텐트를 펼칠 때 줄을 붙잡아준다거나, 버너에 불을 붙일 때 바람을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긴요한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 캠핑장이다.

수색대처럼 한밤의 숲을 휘젓고 다니는 긴 머리 루시는 떼 지어 노는 아이들보다는 계곡에서 주운 빈 페트병이 더 재미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전개가 그림에 의지하기로 한 선택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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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이사벨라 치엘리 글│노에미 마르실리 그림│이세진 옮김│배정애 손글씨│웅진주니어

캠핑장에서는 3박 4일이 한 달처럼 흐른다. 그곳에서 공간은 압축되고 시간은 서행한다. 관계는 어떨까. 캠핑장을 찾는 목적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텐트를 펼칠 때 줄을 붙잡아준다거나, 버너에 불을 붙일 때 바람을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긴요한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 캠핑장이다. 다정했던 사람들이 더 다정해진다. 그런가 하면 일상의 복잡함을 덜어내고 본래의 감정에 집중하거나 숲의 비밀처럼 자기 자신을 감추는 일도 가능하다. 캠핑장은 여러모로 이야기의 탄생지다. 쓸쓸하게 이야기를 끝맺기에 적절한 장소이기도 하다.

여름날 숲속의 캠핑장에서 어린이들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다룬 이 책은 2021년 볼로냐도서전에서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라가치상 대상을 받았다. 미들그레이드는 8세에서 12세 정도의 독자를 말한다. 수색대처럼 한밤의 숲을 휘젓고 다니는 긴 머리 루시는 떼 지어 노는 아이들보다는 계곡에서 주운 빈 페트병이 더 재미있다. 페트병에 ‘메멧’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강아지라고 상상하며 혼자 논다. 그런 루시에게 캠핑카에서 장기 투숙하는 로망이라는 아이가 영화 찍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로망은 우연히 루시가 지닌 아픔을 알게 되고 당황한다. 친구의 아픔 앞에서 좌충우돌하는 로망과 그가 루시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려고 애태우는 부분이 작품의 백미다.

어린이의 감정은 말로 나타내기 어렵다. 오히려 엉뚱한 표정이나 손짓같은 행동 하나가 그들의 마음을 명확히 해설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전개가 그림에 의지하기로 한 선택은 탁월하다. 결국 누군가는 먼저 떠나게 되어 있는 캠핑장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부터 그의 아픈 사랑과 성장까지 그림이 전부 다 말하고 그림이 끝내 입을 다무는, 완성도 높은 그래픽노블이다. 112쪽, 1만68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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