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책임감의 영역… 나이로 구분하는 성인과는 다르다[정신과 의사의 서재]

2023. 3.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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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成人)과 어른은 같지만 다르다.

어른이 되기 힘들어진 것은 1인분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진 덕분이다.

그러니 성인이 된 이후에 여전히 어른인지 헷갈려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어른이 되었다는 신호로 우선 오늘만 살다가 내일을 걱정하며 살게 된다는 것을 '보험을 든다'는 말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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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의 서재

성인(成人)과 어른은 같지만 다르다. 전자는 18세 이상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객관적 설명이다. 반면 ‘어른’이란 말에는 다른 무게가 있다. 자기 앞가림하는 존재부터 아랫사람들을 보살피는 사람까지 그 폭이 넓다. 그러니 내가 어른인지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면서 ‘자신이 항상 성인이라고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3년생 기준 0%였다. 28세가 돼야 절반을 넘긴다고 한다. 초혼 연령이 남녀 공히 30세가 넘은 지 오래다. 혼인이 30만 쌍 이하인 지금, 결혼으로 구별하는 개념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어른이 되기 힘들어진 것은 1인분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진 덕분이다. 그러니 성인이 된 이후에 여전히 어른인지 헷갈려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모야 사너의 ‘어른 이후의 어른’(엘리)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내비게이션과 같은 책이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직접 정신분석을 받고 공부를 하고, 45명의 학자·작가·일반인을 인터뷰해서 썼다.

이건 우리만 문제가 아니었다. 영국에서 집을 사는 연령은 50년 동안 일곱 살 높아졌고, 2019년 미국 남성의 초혼 연령은 30세로 60년 동안 여덟 살이 높아졌다. 어른다움을 정의하기 위한 전통적 이정표가 늦어지며 심한 압박을 받는다. 저자는 몸은 어른이나 아직 마음도, 또 사회적으로도 어른이라고 하기 어려운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챕터마다 자세하게 인터뷰해서 소개한다. 여기에 정신분석과 의학, 심리학적 이론을 적절히 인용하고 있다.

고전적인 ‘오래 할 일’에 정착하고, 아이를 돌보고, 부모를 보살피는 것과 핵심적 내용이 달라진 면이 눈에 띈다. 어른이 되었다는 신호로 우선 오늘만 살다가 내일을 걱정하며 살게 된다는 것을 ‘보험을 든다’는 말로 설명한다. 둘째, 내 일에 온전히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있는지, 세 번째는 자신을 돌보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여기에 더해 어른이 되기란 두려움의 대상이다.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소리치던 청소년기에서 “이젠 그건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말을 듣는 청년기 무엇이 덜 불안할지 생각해보자.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것이 주는 압박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른이란 모름지기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알고, 내가 내 문제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참을성을 갖고 나를 대하고 무리하지 않게 조절할 줄 아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가만히 있어도 서서히 그 위치로 가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가 버린다는 게 더 무섭기도 하다.

열심히 달리기만 하던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와 길어져 가는 노년기로 접어들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갈등과 자책, 후회가 빠질 수 없다. 이 시기가 되면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과도한 걱정을 짊어지지 않는 것, 나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연기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으며 정직한 사람이 되는 것, 자신뿐 아니라 어떤 것으로부터도 숨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꼽혔다.

책을 읽으면서 어른 되기가 어렵고 ‘괜찮은’이란 말이 붙기란 더 어려운 일임을 실감했다. 생체시계는 쉬지 않고 째깍거리고 있는데.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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