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만장자의 경고 “예금 인출 다시 가속화할 것”

방현철 기자 입력 2023. 3. 24. 07:50 수정 2023. 3. 29.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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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옐런의 말에 웃었다 울었다 하는 월가 증시

24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3% 상승한 3만2105.25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3% 오른 3948.72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1.01% 상승한 1만1787.40에 마감했습니다.

[최근 월가 동향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com/live/-hzdTSMQ2X4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3가지 포인트로 ‘옐런 말에 일희일비’, ‘파월의 줄타기’, ‘엔비디아와 AI’를 꼽았습니다.

미국의 은행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규제 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이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시스템 스트레스가 미국 경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큰 재정적, 경제적 피해를 촉발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무디스의 신용 전략 전무인 앳시 세트는 “은행 부문 안팎에서 심각한 영향이 불거지지 않고서는 당국이 위험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억만장자 투자가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 등을 통해서 예금 인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최근 월가 동향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com/live/-hzdTSMQ2X4

◇ 옐런 말에 일희일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은행 예금 보장 관련 언급에 월가 증시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이날 한 때 100포인트 넘게 빠졌던 다우지수는 옐런 장관이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전해지자 상승세로 반전해서 전날보다 70포인트 넘게 상승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23일 하원에서 “우리가 취한 강력한 조치는 미국인의 예금이 안전하도록 보장한다. 확실히 우리는 정당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으로 인한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두 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예금 보험 한도는 25만 달러인데, 그 한도를 넘는 예금도 보호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3일 의회에 출석했다. /EPA 연합뉴스

그러나 그 이후 예금 보호 범위를 둘러싸고 나오는 옐런 장관의 발언에 따라 시장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모든 예금이 보호된다면 뱅크런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은행주도 강세를 보일 요인.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은행주가 약세를 보일 요인이 됩니다.

옐런 장관은 22일에는 상원에서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blanket deposit insurance)’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옐런은 SVB처럼 문제가 생기는 은행마다 들어가 예금 보장을 하겠다고 밝히면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예금보험 확대에 대한 법제화 권한을 가진 의원들이 캐묻자 원론적 답변을 한 것입니다. 옐런은 “은행 사태가 연쇄 뱅크런 등 시스템 위기로 간주될 때에야 FDIC(연방예금보험공사)가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옐런 장관은 전날에는 “우리 조치는 광범위한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필요했다. 중소 은행이 확산될 위험이 있는 예금인출 사태를 겪는다면 비슷한 조치가 보장될 수 있다”라고 밝혀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옐런 장관의 말은 결국 정리해 보면 은행 시스템에 위기 징후가 있을 때엔 예금을 전액 보장하고, 보통 때에는 법에 따른 한도를 보장한다는 얘기였는데 시장에서 해석에 따라 일희일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은행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이날 규제 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이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시스템 스트레스가 다른 부문과 미국 경제로 확산돼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재정적, 경제적 피해를 촉발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디스의 신용 전략 전무인 앳시 세트는 메모에서 “은행 부문 안팎에서 더 오래 지속되는 잠재적으로 심각한 영향이 불거지지 않고서는 당국이 위험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 등을 통해서 예금 인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빌 애크먼 퍼싱스풰어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은행주들은 대체로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6% 하락했습니다. SPDR 지역 은행 ETF(상장지수펀드)는 2.78% 하락했습니다.

최근 은행주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주식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테크주들이 선방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크주 중에서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만 승승장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시대는 분명히 끝났고, 미국 시장은 단 두 종목(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S&P 500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11%, 6.14%로 두 회사의 합계(13.25%)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이날 애플은 0.7%, 마이크로소프트는 1.97% 상승했습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를 보면, 지난주 신규 실업 수당 신청은 19만1000명으로 전주보다 1000명 감소했습니다. 여전히 고용 시장은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미국 주택 시장의 거래도 다시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파월의 줄타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그리고 크레디스위스의 위기 등으로 인해 은행권이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중앙은행들은 물가 잡기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23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또 잉글랜드은행은 “보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의 증거가 나올 경우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스위스중앙은행(SNB)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려 연 1.5%로 결정했습니다. 토마스 조단 SNB 총재는 “중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정책 금리의 추가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주에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

미국 연준도 마찬가지 행보입니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릴지, 아니면 2008년 이후 가장 극심한 은행 위기 속에서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수년 만에 가장 어려운 결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2일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서 연 4.75~5%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2007년 이후 16년래 최고 수준입니다.

연준 결정에서 확실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은행 위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베이비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를 작년 12월과 같은 연 5.1%로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점도표는 12월 점도표와 같이 올해 금리를 평균 연 5.1%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를 더 높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대로 둔 것입니다. 다만 내년 말 기준 금리 전망치는 연 4.1%에서 연 4.3%로 높였습니다. 2025년말 전망치는 3.1%를 유지했습니다. 점도표상의 개별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 금리를 5~5.25%로 내다봤습니다. 앞으로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 금리 인상이 남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월가를 헷갈리게 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선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잡기를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할 것이란 시장 기대에 대해선 “틀렸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동결까지 고려했었다고 하면서 금융 시스템 안정에도 신경을 썼다는 말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은행 혼란으로 인해 “우리는 금리 인상 중단도 고려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금융여건의 긴축은 금리 인상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25bp 금리 인상과 같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2% 인플레이션을 회복하는 길은 반드시 금리 인상으로만 할 필요는 없고 금융여건 긴축으로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리 인상이 금융 시스템의 불안감 자극하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파월은 “은행들의 유동성 흐름이 안정화됐다”며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빠르다. 연준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건전성을 지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또 파월 의장은 “최근 은행 파산 이전에는 두 달간의 강력한 경제 데이터에 비추어 금리를 50bp 올리는 방안까지 고려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월가는 일단 금리 인상이 마무리돼 간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6월 25bp(bp=0.01%포인트) 인상을 더는 예상하지 않으며 5월 25bp 추가 인상으로 최종 금리 5.25%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5월 25bp 추가 인상으로 최종금리 5.25% 도달한 뒤 그 수준 유지하다가 2024년 3월부터 25bp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 엔비디아와 AI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연초부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큰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챗GPT 와 관련해서 데이터 센터 수요가 늘어나고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PU(그래픽카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엔비디아는 2.7%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달 21일부터 24일까지 연례 기술자 콘퍼런스인 NVIDIA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3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매해 GTC를 통해 신제품, 신기술들을 발표해왔기 때문에 이번 GTC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CEO(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1시간 17분에 달하는 기조 연설을 통해 엔비디아의 기술력과 AI(인공지능)가 창출할 새로운 기회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특히 챗GPT 를 통해 부각되고 있는 생성형 AI가 고도화된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아이폰 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엔비디아 GTC 2023의 화두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였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GPU 신제품인 H100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H100은 기존 제품인 A100에 비해 연산 속도가 12배 빠르며 생성형 AI에 최적화된 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GTC 2023에서는 언어 모델에 특화된 제품인 H100 NVL를 발표했습니다. 생성형 AI는 다양한 창의적 활동이 가능하며, 향후 생성형 AI를 활용한 수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능력이 중요한데 엔비디아의 GPU와 AI 시스템 DGX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GTC 2023에서는 AI 파운데이션이라는 생성형 AI 어플리케이션 개발 도구를 발표했습니다. AI 파운데이션은 엔비디아 제공하는 여러 모델들을 통해 개발자들이 손쉽게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입니다. 또한 DGX 클라우드를 발표했는데 이는 매달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클라우드를 통해 엔비디아의 AI 시스템인 DGX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에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의 위해서는 자체 서버 구축이나 외부 클라우드 사용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는데 이러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비디아가 이런 서비스들을 강화하는 이유는 생성형 AI의 성장이 데이터의 처리를 위한 투자를 획기적을 늘릴 것이고 이는 결국 GPU를 비롯한 엔비디아 제품과 서비스 수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그 밖에도 이번 GTC 2023에서는 다양한 발표들이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H800 제품 출시, ASML, TSMC, 시놉시스 등과 최첨단 반도체인 2나노 칩 개발 협업 등이 특징적이었습니다. 또한 메타버스 서비스인 옴니버스를 비롯해서 다양한 AI 서비스 발표하면서 반도체를 넘어 AI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엔비디아의 의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예금 보호 관련 발언에 증시가 출렁였습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한 것입니다. 다만 발언을 오해해서 휘둘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둘째, 미 연준이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잡기가 중요하다는 신호입니다. 동시에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간다는 신호도 줬습니다. 앞으로 연준의 행보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챗GPT 등장으로 AI(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성장하고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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