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윤 대통령이 쏘아올린 우주항공청, 대전-사천 유치전 최후의 승자는?

은현탁 기자 2023. 3.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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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장관 우주항공청 특별법 공청회 개회사.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인 우주항공청의 위치가 경남 사천으로 결정된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우주 전문가들은 여전히 대전을 최적지로 꼽고 있고, 정치권도 대전과 사천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우주항공청과 관련한 여론조사 두 개를 먼저 살펴보고, 다시 불붙고 있는 입지 논쟁이 어떻게 귀결될지 예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기부 여론조사와 다른 전문가 의견

과기부는 지난 21일 뜬금없이 우주항공청 설치와 관련한 여론조사 하나를 발표했죠.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우주항공청 설립 필요성을 물었는데 '긍정적 입장' 79.6%, '유보적 입장' 15.3%, '부정적 입장' 5.1%로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우주항공청의 성공적 설립을 위해 '우수 인재 확보'(7점 만점에 6.37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최고의 인재 유치'(7점 만점에 6.28점)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관심사인 우주항공청 위치를 묻는 항목이 빠져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설문에서 우주항공청의 입지를 물었다면 대전이 단연 1순위로 나왔으리라 짐작합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우수 인재 확보가 용이한 곳이 바로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최원호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경남 사천에 설립하는 것은 대선 공약이고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위치 선정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어요.

과기부 조사와 달리 우주 전문가들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위치한 대전·세종권을 우주항공청의 적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산·학·연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우주항공청 입지를 물었더니 대전·세종권이 67%로 가장 높았습니다. '지역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다'는 응답이 16%로 뒤를 이었고, 대선 공약에 명시해 놓은 경남 사천이라는 응답은 8%에 불과했죠. 과기부가 국민 여론조사에서 우주항공청 위치를 묻는 문항을 넣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경남 유치 불가역적인 공약 아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정치권의 세 대결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의 '우주항공청 특별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우주항공청 대신 대통령 직속의 '우주전략본부' 설립을 주장하고 있죠. 과기부의 외청인 우주항공청이 전략·총괄·조정·집행기능을 다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입니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해야 한다"며 "우주전략본부를 설치해 장관급을 본부장으로 한 뒤, 우주 수요가 있는 다양한 부처의 사무를 조정할 역할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어요. 조 의원은 22일 '우주항공청특별법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의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다음 달 초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주전략본부는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14일 대전지역 공약발표에서 "미국 나사와 같은 대통령 직할의 우주전략본부를 만들겠다"면서 "대전을 중심으로 충남·세종 근처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죠.

물론 지난 22일 민주당 토론회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위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대전에 우주 전담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봅니다.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권에는 정부 부처, 출연연, 대학, 군 기관, 우주 기업들이 모여 이미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습니다. 또 국내 우주기업 359개 중 114개가 위치해 있고, 국내 위성 사업 관련 장비 총 2322개 중 1318개가 집중돼 있죠.

결국 한국형 나사의 기능과 명칭을 놓고 여야의 대결이 불가피한데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우주항공청 유치전도 다시 불 붙었습니다. 위기 의식을 느낀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경남 사천'이 대선 공약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하영제(경남 사천·남해·하동)·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의원은 지난 20일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사천은 우주항공의 발원지이자 누리호가 탄생한 곳이고, 항공기 제조 분야 생산 80%, 종사자수 70%, 사업체수 67%가 있다"며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설립 및 사천 유치의 필요성을 피력했어요. 하지만 하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이 대선 공약인 건 맞지만 정치권의 분위기로 볼 때 불가역적인 결정은 아닌 듯 합니다. 같은 대선 공약이지만 경찰병원 분원은 전국 공모과정을 거쳤고,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도 공모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죠. 우주항공청 위치를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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