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구리야마 매직' 한 번 더? 연임 가능성 열어놓았는데, 구도-후루타-이치로까지 후임 거론
'구리야마 매직',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일본대표팀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우승한 직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61)은 퇴임 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미국과 결승전이 끝난 오늘로 감독직이 끝난다. 내일부터는 직함이 없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더이상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번 대회로 임기가 끝나는데, 연임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비쳐졌다.
2021년 12월, 사령탑에 올라 1년 3개월을 대표팀에 집중했다. 10년간 재임했던 니혼햄 파이터스를 떠나 대표팀을 맡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우승한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51) 후임이었다. 니혼햄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신조 스요시(51)가 파이터스 지휘봉을 잡았고, 이나바가 단장으로 이동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야쿠르트 스왈로즈 내야수 출신이다. 지병으로 인해 선수로 오래 뛰지 못했다. 스타 선수도 아니었다. 은퇴 후 학위를 받고 대학 강단에 섰다. 야구 해설가로 일하다가 프로팀 감독이 됐다.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그는 선수 마음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아는, 소통에 능한 지도자다. 선수들의 신뢰가 두텁다. 존경받는 지도자다. 구리야마 감독은 일본대표팀을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 중심으로 과감하게 세대교체해 성공했다.
14년 만의 우승을 위해, 최강 전력을 구성하기 위해 직접 뛰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대표팀에 참가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니혼햄 에이스였던 다르빗슈는 구리야마 감독이 부임한 직후인 2012년 말,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다. 그런데, 당시 구리야마 감독과 '언제인가 꼭 한 번 함께 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고교시절부터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주목한 선수였다. 고교졸업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가겠다고 공표했다. 일본프로야구 구단에 자신을 지명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였다.
이런 오타니를 국내리그에서 경험을 쌓아 도전하는 게 낫다고 설득한 게 니혼햄 구단, 구리야마 감독이다. 구리야마 감독은 '니혼햄 오타니'의 투타 병행, '이도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스승이다.
지난해 두 차례 미국으로 건너가, 오타니, 다르빗슈,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 등 일본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만났다. 다르빗슈는 "구리야마 감독이 한 번도 대표팀에 합류해달라는 이야기를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마음을 움직였다.
오타니와 다르빗슈는 약속한 것처럼, 개인 SNS를 통해 대표팀 참가를 알렸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3월 초까지 소속팀 캠프에 머물러야 했는데, 다르빗슈는 2월 17일부터 일본대표팀 합숙훈련에 참가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을 설득해 조기 합류한 것이다. 그는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일본 야구계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일본계 미국인 외야수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를 대표로 발탁했다. 미국 국적의 첫 일본대표가 탄생했다. 눗바는 적극적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공수주에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 우승에 공헌했다. 일본대표팀에서 오타니 다음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눗바였다.
1회 대회 우승을 이끈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은 "구리야마 감독이 우수한 선수들을 모아 활용법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텐데 잘 했다. 결단이 필요할 때 결단을 내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구리야마 감독이 우승 직후에 퇴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3년 뒤 WBC 대표팀을 지휘할 후임 이야기가 쏟아졌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65), 구도 기미야스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60) 등이 거론됐다. 하라 감독은 2009년 2회 대회 때 일본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구도 전 감독은 통산 '224승'을 올린 레전드다. 지도자로 크게 성공했다. 소프트뱅크를 7년간 지휘하면서, 5차례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인도했다.
'명포수'로 한시대를 풍미한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스왈로즈 감독(57), 스즈키 이치로(50)까지 소환됐다. 코치 경력이 없는 '슈퍼스타' 출신 이치로가 대표팀을 맡는다면,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는 2006년, 2009년 WBC 우승 주역이다.
현직 프로팀 감독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대표팀에서 투수코치를 맡은 요시이 마사토 지바 롯데 마린즈 감독(57), 다카쓰 신고 야쿠르트 감독(55), 나카지마 사토시 오릭스 버팔로즈 감독(54)에 심지어 신조 니혼햄 감독까지 나왔다. 야쿠르트와 오릭스는 리그 2연패 팀이다.
3년 뒤를 염두에 둔 후임 구상이다. 현직 감독은 바로 바통을 이어받을 수 없다. 다음 대표팀은 11월 소집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젊은 선수들이 나가는 대회다.
현 상황에선 구리야마 감독의 연임이 최선으로 보인다. 그를 어떻게 해서든지 설득해 계속해서 팀을 맡게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구리야마 감독은 23일 일본의 한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승 직후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대회가 끝나면 계약이 만료되고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새로운 계약 제의가 오면 또 생각하면 된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연임 가능성을 열어놓은 듯한 말이다.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고 우승 목표를 이룬 구리야마 감독이 계속해서 자리를 맡을 지 아직은 불명확하다.
오 사다하루, 하라, 야마모토 고지,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1~4회 일본대표팀을 지휘했다. 1~2회 대회는 우승했고, 메이저리그 선수없이 일본 국내리그 선수로 팀을 구성한 3~4회 대회에선 연속 3위를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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