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대문호 괴테가 식물학자였다고?

고명섭 2023. 3. 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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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의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으로 이력을 시작했지만, 생애 전체에 걸쳐 온갖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괴테는 대학생 시절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의 저서를 탐독하고 평생 린네를 존경했다.

괴테의 식물학 연구는 후배 알렉산더 폰 훔볼트에게도 큰 감화를 주어 식물지리학의 탄생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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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위키미디어 코먼스

괴테의 식물변형론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선 옮김 l 이유출판 l 2만4000원

<파우스트>의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이력을 시작했지만, 생애 전체에 걸쳐 온갖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평생 바이마르공국 궁정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독일 최고의 문인으로 이름을 날렸고, 해부학·지질학·광물학 같은 자연과학 분야를 두루 탐구했으며, 특히 광학 연구에 오래 매달려 <색채론>이라는 방대한 저작을 내기도 했다.

‘자연과학자 괴테’는 대학 시절부터 식물학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는데, 그런 관심이 뒤에 <식물변형론>이라는 열매로 맺혔다. 괴테의 식물학 원리 탐구가 담긴 그 저작이 <괴테의 식물변형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됐다. 독일에서 식물생태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가 상세한 해설을 덧붙여 우리말로 옮겼다.

괴테는 대학생 시절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의 저서를 탐독하고 평생 린네를 존경했다. 린네는 ‘식물분류법’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근대 식물학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다. 이 책에서도 괴테는 한 장을 할애해 린네의 이론을 다룬다. 괴테가 식물변형론을 쓸 계기를 준 것은 1786년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2년 동안 계속한 이 여행 중에 괴테는 새로운 식물을 관찰하다가 ‘원형식물’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모든 식물의 시원이 되는 식물이 존재하며 그 식물을 원형으로 삼아 수많은 식물의 생장과 변형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뒤 1790년에 쓴 <식물변형론>이다. 식물에 어떤 원형이 있다는 괴테의 생각은 ’식물 분류’에 머문 린네의 생각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었다. 괴테의 식물학 연구는 후배 알렉산더 폰 훔볼트에게도 큰 감화를 주어 식물지리학의 탄생을 이끌었다. 훔볼트는 뒤에 남미를 여행하고 쓴 <식물지리학에 대한 개념>(1807) 속표지에 괴테의 용어 ‘식물변형’을 새기고 ‘괴테를 기리며’라는 헌사를 달았다.

괴테는 <식물변형론>을 식물이 자라나는 순서, 곧 땅속에 떨어진 씨앗이 싹을 틔워 잎을 내고 가지를 뻗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따라 서술했다. 한해살이 식물의 일생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식물에 대한 이런 관찰과 서술은 후에 괴테가 자서전 <시와 진실>을 쓸 때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시와 진실>의 서문에서 괴테는 이렇게 밝혔다. “나는 <식물변형론>에서 깨달은 원칙에 따라 (이 세 권의 책을) 구성하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책은 부드러운 뿌리를 뻗고 겨우 떡잎 몇 장만을 발달시켰던 어린 시절을, 두 번째 책은 싱싱한 녹색의 잎을 달고 점차 다양한 형태의 가지를 뻗게 됐던 소년 시절을, 그리고 세 번째 책은 이 활기찬 줄기에서 여러 꽃이 피어나는 희망찬 청춘을 묘사할 것이다.”

괴테는 식물변형론에 대한 탐구를 더 진척시켜 1817년 <형태학에 대하여>라는 책으로 펴냈다. ‘식물학자 괴테’의 스승이었던 린네는 생물종이 변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괴테는 이 저작들을 통해 식물이 원형에서부터 변형을 거쳐 다양해진다는 일종의 진화론으로 나아갔다. 옮긴이는 괴테의 식물 연구가 린네와 다윈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고 말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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