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화환 속 花는 어디에

최지연 2023. 3. 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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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측 화환은 회계법인과 관세법인 등 여러 곳에서 보내줬어."

최근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화려하게 장식된 수많은 화환을 보고 덕담을 건넸더니 돌아온 말이다.

결국 화환에서 생화는 업자들 눈속임을 위한 조연으로 전락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간다.

개정안은 화환 불법유통 규제 범위를 생화 '재사용'뿐만 아니라 가짜꽃 사용비율과 생화 원산지 표시까지 확대하고, 제작·판매자 정보 기록을 통해 단속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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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측 화환은 회계법인과 관세법인 등 여러 곳에서 보내줬어.”

최근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화려하게 장식된 수많은 화환을 보고 덕담을 건넸더니 돌아온 말이다. 보통 결혼식장에 가면 제일 먼저 형형색색의 화환이 하객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하객들은 화환 개수와 보낸 사람에 관심을 가질 뿐, 화환 자체에는 눈길을 두지 않는다. 화환의 의미는 이제 꽃 선물이 아닌 ‘누군가’ 보낸 커다란 명패일 뿐이다.

문제는 단순히 꽃 선물에 담긴 의미가 퇴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결혼식장에 놓인 3단 화환을 만져보니 두송이를 제외하고는 다 가짜꽃이었다. 커다란 플라스틱 장식물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화환에 가짜꽃이 넘치게 된 것은 ‘재사용 화환 표시제’가 불러온 풍선효과다. 업체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짜꽃 사용 비중을 높인 것이다.

생화를 재사용하면 화환에 ‘재사용’ 표기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문다. 업자들은 비용을 줄이고 재사용 표기 규제도 피하기 위해 가짜꽃을 이용해 눈속임한 것이다. 이 가짜꽃은 재사용 여부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단속 자체가 무의미하다. 결국 화환에서 생화는 업자들 눈속임을 위한 조연으로 전락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허점을 보완하고자 국회에서 ‘화훼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화환 불법유통 규제 범위를 생화 ‘재사용’뿐만 아니라 가짜꽃 사용비율과 생화 원산지 표시까지 확대하고, 제작·판매자 정보 기록을 통해 단속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원안대로 법률 개정이 이뤄지면 화훼유통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법률 개정에만 그칠 일이 아니다. 사회적인 관심과 조력도 필요하다. 대개 화환을 보내는 이는 기업·기관·단체장들이다. 이들은 경영지침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한다. 그럼에도 정작 외부 축하선물로 보내는 화환에는 가짜꽃이 즐비하다. 가짜꽃은 폐기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결국 플라스틱 폐기물일 뿐이다. 심지어 가짜꽃은 전량 수입이다. 어디서 누가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플라스틱 가짜꽃을 흔들며 ESG 경영실천을 강조하는 격이니 어불성설이다.

때맞춰 꽃 소비문화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다. 행사용 화환의 꽃이 생화인지 가짜꽃인지 살피고, 원산지는 어디인지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가짜꽃은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출 것이다. 더불어 가정에서도 꽃을 일회성 행사용이 아닌 생활 속에 함께하는 필수소비재로 인식하는 새로운 꽃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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