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어난 아득한 기억…“논리 온상에서 문학 움틀 줄은”

김진형 2023. 3.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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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송호근(사진) 한림대 석좌교수가 연작소설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를 펴냈다.

'목련꽃 그늘', '산벚꽃 바람', '하얀 감자꽃', '동자꽃 붉은 꽃잎', '능소화 넝쿨', '매화꽃 밀화' 등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책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억을 재구성한다.

'산벚꽃 바람'에 등장하는 젊은 두 사람의 순수한 고뇌가 결별로 귀결된다면, '목련꽃 그늘'은 비슷한 방식으로 헤어진 연인이 30년만에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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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 연작소설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 단편 6편
“소설은 학문에서 건지지 못한 선물”

국내 대표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송호근(사진) 한림대 석좌교수가 연작소설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를 펴냈다. ‘목련꽃 그늘’, ‘산벚꽃 바람’, ‘하얀 감자꽃’, ‘동자꽃 붉은 꽃잎’, ‘능소화 넝쿨’, ‘매화꽃 밀화’ 등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책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억을 재구성한다.

각 편의 주인공은 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기억에 밀착한 사회적 시선은 다시 내밀한 문학의 풍경으로 변화한다. 작품 속 주요 남성 인물들은 대학 교수직에서 퇴직했거나 현직 교수다. 눈여겨 볼 것은 회귀 서사다. ‘산벚꽃 바람’에 등장하는 젊은 두 사람의 순수한 고뇌가 결별로 귀결된다면, ‘목련꽃 그늘’은 비슷한 방식으로 헤어진 연인이 30년만에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정치학 전공의 현직 교수 김채민은 30년만에 대학시절 선배 장윤서와 재회하고,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관계에 대한 감정이 흐트러진다. 이들의 회상 장면에서는 10·26 이후 급박하게 전개됐던 학생운동 양상을 두고 성명서를 쓰는 학보사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리움만이 진실이었다”라는 문장이 작품의 서정성을 배가시킨다.

목련의 낙화, 만발하는 감자꽃, 어깨 위에 분분히 떨어져 내리는 꽃잎의 정경 등 눈 부셨던 기억의 조각들은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회한이기도 하다. “그 정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달래듯 꽃잎이 떨어졌다. 목련꽃이었다”라는 문장이 특히 그렇다.

송호근 교수가 작사한 조용필의 노래 ‘어느 날 귀로에서’에도 이같은 정서가 담겨있다. 청춘의 시기에 몰랐던 것은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모른다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은 학문에서 건지지 못한 선물인 동시에 회한이었다”며 “논리의 온상에서 문학이 움트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강물은 스토리를 품고 흐른다”고 했다.

작가가 살고 있는 춘천에는 목련이 피었다. “마침내 봄이 당도했음을 선언하는 자연의 결재”다. 아득한 젊은 시절의 상상력이 다시 움트고 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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