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한 많은 넋 달래는 우리 소리, 그 속에 담긴 해학을 찾아서

박창현 2023. 3.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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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천지 만물 중에 사람 밖에 또 있는가 실낱같은 약한 봄에 태산같은 병이 드니" 우리조상의 전통장례는 망인을 환송하는 축제문화다.

상여를 메고 한발자국 옮길 때마다 읊조리는 상엿소리나 하관을 마치고 묘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르는 회다지소리는 축제의 흥을 돋우는 메인음악이나 다름없다.

이 마을에는 전통장례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례문화전시관과 회다지소리보존회, 회다지소리문화체험관 등 다양한 장례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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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 떠나보내며 부르는 회다지소리
횡성 정금마을 주민 열정 명맥 유지
1984년 제4호 도무형문화재 지정
기능보유자 양재학씨 2대째 전승
횡성장례문화관 모형으로 재현
문화체험관 마을커뮤니티 공간 활용
내달 28일 4년만에 회다지소리축제
학술포럼·공연·사진전 등 다채

“세상 천지 만물 중에 사람 밖에 또 있는가 실낱같은 약한 봄에 태산같은 병이 드니”

우리조상의 전통장례는 망인을 환송하는 축제문화다. 상여를 메고 한발자국 옮길 때마다 읊조리는 상엿소리나 하관을 마치고 묘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르는 회다지소리는 축제의 흥을 돋우는 메인음악이나 다름없다. 느린 가락으로 시작하는 선소리꾼의 가사는 해학적인 시구를 담아 점차 빠르게 진행되며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회다지꾼들은 저승의 길을 걸어가는 망자를 묻으며 역설적으로 큰 율동과 함께 “에헤라 달회~”라는 후렴구를 우렁차게 부른다. 그리고 이 소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이들의 슬픔과 설움을 잠시나마 달래주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점차 장사(葬事)문화가 매장(埋葬) 대신 화장(火葬)으로 보편화 되면서 전통매장풍습도 희귀제례로 사라지고 있다. 마을 한편에 보관하는 곳집은 허물어지고 장례에 사용되는 장강틀과 상여 등 제구들도 쉽게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전통제례를 하고 싶어도 상여를 멜 젊은 상도꾼이나 선소리를 메길 소리꾼이 없어 부득불 화장이 불가피한 시대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사라져가는 전통장례예식과 상엿소리의 명맥을 간직하며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횡성군 우천면 정금리 정금문화마을이 그곳이다. 이 마을에는 전통장례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례문화전시관과 회다지소리보존회, 회다지소리문화체험관 등 다양한 장례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통장례문화가 계승되고 있는 횡성정금마을주민들이 강원도 무형문화재 4호로 지정된 횡성회다지소리 전통장례를 재현하고 있다.

# 횡성 정금문화마을

횡성군 우천면 정금리(鼎金里)는 동북쪽 죽림산과 동남쪽 봉화산, 서쪽의 정금산에 둘러싸인 산간구릉지대로, 우물처럼 생겼다고 해 ‘우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농경사회를 이루며 횡성판 아리랑곡조인 ‘횡성어러리’라는 농민요가 전해지고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정금마을은 1977년 춘천에서 열린 제1회 태백문화제에서 횡성군 대표로 출전, 농악과 농요 ‘메나리’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작은 시골마을의 전통문화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1983년 제1회 강원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듬해인 1984년 강릉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그해 9월 강원도 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정금마을주민들은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횡성회다지소리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기적같은 소식을 전했다.

정금마을주민의 열정으로 만들어낸 횡성회다지소리는 1984년 12월 제4호 강원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겹경사를 맞았고 대학축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장에 초청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1995년 횡성회다지소리 기능보유자 고 양중하(1937~2014)씨에 이어 2015년 아들 양재학씨가 기능보유자로 지정돼 전승하고 있다.

전통장례문화가 계승되고 있는 횡성정금마을주민들이 강원도 무형문화재 4호로 지정된 횡성회다지소리 전통장례를 재현하고 있다.

# 횡성장례문화관

횡성군 우천면 국도 6호선을 타고 둔내와 갑천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정금1리 문화마을’ 비석이 세워진 갑천방면으로 200여m 가량 달리면 횡성장례문화관과 횡성회다지소리문화체험관을 만날 수 있다.

1986년 건립된 정금민속관은 한때 ‘횡성향토사료관’으로 불리다가 현재는 ‘횡성장례문화관’으로 개칭,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시설은 죽음에서 무덤까지의 장례절차를 모형으로 전시하고 있다. 장례문화관에 들어서면 임종부터 고복, 사자상 차리기, 염습, 퇴롱 등 상례 준비과정이 토우와 한지로 제작한 모형으로 재현되고 있다. 이어 상주들이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제사인 성복제 이후 조문이 시작되고 발인 전날 빈 상여를 놓고 노는 대도둠놀이도 재현됐다.또 발인을 마치고 장지에 도착해 하관을 하면 회를 섞은 흙을 넣고 평평해 질때까지 회다지를 진행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전통 상례절차를 회상하거나 배우고 싶다면 횡성장례문화관을 방문해 볼 만 하다.

횡성회다지소리는 장례의 마무리절차인 묘를 만드는 과정에서 회를 섞은 흙을 평평하게 다지며 죽음의 슬픔을 달래는 정금마을의 전통민요로 전승되고 있다. 

# 횡성회다지소리문화체험관

정금민속마을 내에 조성된 횡성회다지소리문화체험관(관장 김시동)은 강원도무형문화재 4호 횡성회다지소리의 전승과 보존, 현대적 활용을 위해 조성된 전수관이자 마을커뮤니티공간이다. 강원아카이브사회적협동조합이 2021년부터 지하1층, 지상2층의 건축면적 1243㎡ 규모의 체험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횡성회다지소리의 무형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30여년의 주요 기록을 모은 횡성회다지소리 아카이브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고 횡성회다지소리 원형공개행사, 지역기록문화제, 지역문화시민학교 등 다양한 로컬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또 지하공간에는 정금마을과 횡성회다지소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상과 사진기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단체관람 사전신청시 전문가의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회다지 인형극 복원과 석고 방상시탈 만들기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김시동 관장은 “정금마을에서 유래한 횡성회다지소리는 장례의식에 불린 민요이자 우리민족의 소리”라며 “죽음의 슬픔을 축제로 승화시킨 회다지소리의 공동체 정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횡성회다지소리문화체험관은 횡성회다지소리의 전승과 보존, 현대적 콘텐츠 발굴을 위한 아카이브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 4년만에 돌아오는 횡성회다지소리축제

제35회 횡성회다지소리축제가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횡성군 우천면 정금마을에서 ‘어허넘차 달호야, 삶의 소리 우리의 노래’를 주제로 열린다. 코로나 여파로 4년만에 정상 개최된다.

올해 축제는 장례문화유산을 알리는 문화제 성격에서 ‘소리’라는 대중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관광축제로 확대했다. 축제 첫날 ‘맞이하는 소리’는 인형극공연을 시작으로 강원도 무형문화재연합회가 주관하는 ‘횡성회다지소리와 유네스코 무형유산’ 학술포럼, 제1회 정금민속놀이 올림픽, 태기제례에 이어 오후 7시부터 대도둠놀이와 어러리타령, 퓨전국악 한소리전통예술단의 공연이 펼쳐진다.둘째날 ‘함께하는 소리’는 오후 5시 20분부터 횡성회다지소리 원형공개 행사에 이어 오후 6시 30분부터 개회식과 마당극 ‘효자전’ 등 회다지 음악회가 진행된다. 셋째날 ‘보내는 소리’는 강릉농악 초청공연과 토리스의 폐막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상설프로그램은 한지 꽃상여, 회다지소리 사진전 등이 마련되고 고조선 문화 쇠낌 대장간 재현과 소소마켓이 운영된다.

손충호 축제위원장은 “올해 축제는 전통 민속민요 회다지소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현 ch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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