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1천원의 행복

허행윤 기자 2023. 3. 24. 03: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껌 한 통, 시금치 반 단, 붕어빵 두 개, 공깃밥 한 그릇....

딱 1천원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거침 없는 물가 오름세에 뭐 이 정도면 감지덕지해야 하지 않을까.

1천원의 무게를 달아보자. 1천원짜리 지폐로는 한 장이겠지만 10원짜리 동전으로는 100개, 100원짜리 동전으로는 10개, 500원짜리 동전으로 2개다. 10원짜리 동전 100개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제법 무겁다. 100원짜리 동전 10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요즘 대학가를 중심으로 행복한 반전이 일고 있다. 단돈 1천원에 아침밥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새학기를 맞은 대학 구내식당 앞에는 아침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용돈을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편의점 도시락보다 싼 1천원짜리 식사는 단비보다 더 반갑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추진 중인 1천원의 아침밥 사업에는 전국 대학 41곳이 참여하고 있다. 신청 인원도 늘고 있다. 당국은 추가 예산을 확보해 지원 인원을 68만명으로 확대했다.

1천원의 행복은 대학가에서 사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1천원짜리 국수가 그렇다. 어르신 대상의 1천원짜리 택시도 그렇겠다. 일부 지역에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1천원짜리 통학버스도 운행 중이다.

아직은 일부에 국한됐지만 공연계로도 퍼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형 공연장은 관람료 1천원으로 2만2천여명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1만명가량 늘었다고 한다. 장르는 국악, 클래식, 무용 등 다양하다. 지금까지 무려 36만명 이상이 관람했다고 한다.

단돈 1천원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구나”라는 공감대가 선순환될 수 있어서다. 값은 1천원이지만 만족은 1만원인 포만감만이 천정부지(天井不知)의 고물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